강남(에 사는) 엄마

115. 러브레터

by Aloha J

어릴 적, 학교가 끝나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엄마가 안 계시는 날에는 거실 탁자나 식탁 위에 엄마의 메모가 적힌 포스트잇이 있었다. 엄마의 일정과 함께 사랑한다고 적혀있는 메모. 엄마가 없는 텅 빈 집안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엄마의 손길이었다. 고3, 아니 수능 날까지도 점심시간 도시락 주머니를 열면 도시락통 위에 엄마의 따뜻한 메모가 들어있었다..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가끔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엄마의 편지를 발견한 날은 내 도시락이 가장 최고의 도시락이 되었다. 항상 마지막 문구는 "울 딸 사랑해.-엄마가-"였다. 그 편지 한 장의 힘은 굉장했다. 커서 생각해 보니 매일 아침 그 바쁜 시간, 최소 3~5개의 도시락을 싸주시던 엄마는 어떻게 편지까지 쓰실 수 있었을까....

내 어린 시절 곳곳 빈틈없이 채워주시던 짧은 엄마의 편지를 차곡차곡 모아 보물상자에 넣어두었었다.


아이의 첫 등교일을 준비하던 새벽, 예쁜 메모지 한 장을 꺼냈다. 첫날이라 많이 긴장했을 아이에게 서너 문장으로 엄마의 응원과 사랑을 적어 필통 안에 넣어뒀다. 그렇게 아들을 위한 매일의 편지가 시작되었다.

'이따 끝나고 만나면 엄마가 꼭 안아줄게.'

'오늘 하루 너무 잘하려고 말고 즐기고 오렴.'

'엄마가 하루 종일 사랑을 파도처럼 보내고 있으니 오늘도 파이팅!'

'먼저 인사하는 따뜻한 하루가 되길 바라.'

'우리 아들은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야.'

'처음 배우는 거라 서툴 수 있지만, 결국 잘 해낼 거야. 힘내보자.'


매일 아이가 잠든 시간,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학교에서 단단하게 잘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고 있다.


"엄마, 학교 가서 엄마 편지 읽으면 행복해요."

이 말 한마디에 일 년 동안 우리 아이에게 매일 러브레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날은 속상한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자신감이 좀 떨어지는 날도 있을 테지만, 엄마의 사랑이 아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라며 매일 편지를 쓴다.


한 편의 편지를 쓰기 위해 3~4장 쓰고 고쳐쓰기를 반복한다. 문장을 고르고, 표현을 다듬으며 연애편지도 이렇게 쓸까... 내 인생 이렇게 정성을 들인 글이 있나 싶은 요즘이다.

남편도 못 받아본 러브레터...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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