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14. 배고픈 등굣길

by Aloha J

아침 7시 20분에만 일어나도 아침에 할 일을 하고 늦지 않게 등교를 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한 운동과 주말 신나게 활동한 여파로, 아이는 8시 10분 전에 겨우 일어났다. 그래도 서로 방긋 웃고, 기분 좋게 드림렌즈도 뺐다. 이제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어제 산 책을 꺼내서 다시 침실로 가는 아이.

"00아, 지금 책 읽을 여유는 없어. 씻고 먹고 바로 가야 하는걸..."

그 말에 토라진 아이. 아.... 결국 먼저 씻어야 할 시간이라 혼자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게 했다.


등교 시간 15분 전.

아이가 다 씻고 속옷을 입을 때까지 기다리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급한 마음에 가서 입는 걸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아이가 아침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알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식탁에 아침을 차려두고 기다렸다.


등교 시간 7분 전.

책가방을 다시 확인하고 물통과 수저통을 챙기고 나니 밥 먹을 시간이 없다. 내 아이의 아침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가. 양말은 왜 이렇게 천천히 신는가..옷을 입고 나온 아이가 식탁 앞에 살짝 머뭇거렸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고민했다. 밥을 먹고 늦을 것인가 아님 배고프지만 정시 등교를 할 것인가..


등교 시간 3분 전.

결국 외투를 입히고 같이 현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 우리의 서먹한 공기가 가득했다. 아침 못 먹고 가서 배가 고플 텐데, 좀 더 서두르면 좋았을 걸.. 하는 어미의 속상한 마음을 삼키느라 아이에게 다정하지 못했다. 하.. 아들은 절대 아침에 등교 전에 혼내거나 하지 말랬지... 학교 가서 속상한 마음에 공부 시간에 집중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불쑥 오르면서 지금 내가 지혜롭지 않구나 하는 자책까지 몰려왔다.


"00아, 오늘같이 이렇게 늦잠을 자면 씻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가지?"

"... 네..."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은 없어.... 얼른 씻고 밥 먹기도 부족하잖아..."

".. 네..." (아들의 반응에 마음이 또 한 없이 약해지지만... 티 내지는 않는다..)

"근데, 아침에 책 엄마가 읽을 시간 없다고 해서 속상했어?"

"네.."

"근데 시간이 부족했잖아..."

"늦는 거 알았는데, 읽고 싶었어요.." (악... 뭐라... ㅡ.,ㅡ+)

아.. 이 이해할 수 없는 8살의 머릿속...

"늦으면 서둘러서 학교에 지각하지 않게 학교 갈 준비에 집중하는 거야...." (불을 삼키며 말했다.)

하... 진짜 아직 아가구나..;;지각, 늦는 거에 대한 개념이.. 하... 하... 하...;;


교문 앞에서 책가방을 어깨에 메어주며

"울 아들 밥 못 먹고 얼마나 배고플까. 엄마 마음이 너무 아파. 내일부터는 우리 좀 더 학교 갈 준비에 집중해 보자?" 하고 꼭 안아줬다.

"네 엄마." 하며 씽긋 웃고 교문을 지나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아침이었다.

엄마한테 웃어주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에효 배고픈 아이, 마음도 썰렁할 아이 그냥 손잡고 들여보내고 말은 하교 후 할걸 그랬나.

아이가 한 입도 먹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차가운 아침 밥상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힘없이 식탁 앞에 앉는 나를 보며 남편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여보, 그거 한 번에 안 고쳐져..."

"그러게... 한 세 번 굶으면 아, 아침밥 먹고 좀 여유롭게 가려면 좀 일찍 일어나야겠구나. 하겠지?

하... 그나저나 울 애기 배고프겠다..."

엄마도 같이 아침을 굶은 아침이었다.


p.s) 하교 시간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다른 날보다 더 찡했다. 저기 멀찌기 수업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던 아이가 엄마를 발견하더니 손을 흔들었다.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를 향해 뛰어가서 힘껏 안아주고 쓰다듬어줬다. 고마워,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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