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13. 아이는 아름다운 것, 예쁜 것만 보여줘야 한다.

by Aloha J

김붕년 교수의 어느 강의에서 '아이들은 최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는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을 봐야 한다.'는 장면을 봤다. 아이의 뇌가 청소년기에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면 아이의 정서와 인지 능력에 백해무익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뇌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정도까지만 단도리를 해도 유난이라고 할까 싶었는데, 너무 반가운 주장이었다. 아이의 뇌는 25세까지 완성되는 과정인데,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을 보게 되면 그 잔상이 부정적으로 작용해서 학습은 물론 정서 발달에도 손실이 크다고 했다.

오, 반가운 정보다.


최고 번화가, 문화의 중심이라는 강남 안에서 아이의 시선을 굉장히 조심하는 편이다.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라 항상 아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직 아이가 알지 못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광고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아이는 어른의 문화를 본다. 버스에서 나오는 19금 영화 광고가 나오면 눈을 질끈 감게 하고 귀를 막아줘야 할 정도로 아이가 가려서 보지 않으면 너무 많은 것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세상이다.

자연으로 향하는 이유도 인위적이고, 자극적이고, 아직 몰라도 되는 것들을 가려주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에 눈에 담아주고 싶어서다.


작년 말 우연히 인천의 한 호텔에서 하는 미디어전시를 보게 되었다. 그 호텔의 천정 미디어쇼가 유명하다고 해서 내심 궁금했었다. 천장에 온 바다를 옮겨두고, 해양 동물들을 미디어쇼로 감상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가 봐도 괜찮을 것 같아 기회를 살피던 중이었다. 초행길, 유명한 미디어 쇼가 어디서 하는지 검색이라도 한 번 하고 갈 것을... 무작정 들어가면 알겠지 하고 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돈을 지불하고 보는 다른 미디어쇼를 보게 되었다. 아... 처음 들어서면서부터 이게 아닌데..;;싶었다.

현란한 불빛과 어둠 사이에서 아이는 잔뜩 긴장을 했다. 여러 테마별로 미디어 쇼가 진행되었는데, 어른이 봐도 괴기스러운 영상도 있었고, 눈이 어지러워 도대체 의도한 것이 뭔지 알 수 없는 강한 자극들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처음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엄마 품에 안기더니 "엄마 나가자, 싫어. 무서워." 하며 품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싸지 않은 티켓값이 미디어 창작에 대한 값어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기분이 확신이 되어서 아이를 안고 빠르게 모든 구간을 지나서 밖으로 나왔다.

1시간 정도 관람하는 곳을 우리는 그렇게 15분도 되지 않아 빠져나왔다. 결론적으로 이 미디어쇼는 성인 데이트용 정도랄까..

우리가 정작 보고 싶었던 미디어쇼는 호텔의 광장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3분 정도 짧게 진행되는 쇼였고, 그 쇼도 결국 보고 오긴 했다.


그리고 얼마간 밤에 종종 그 미디어쇼가 아이에게 악몽으로 나타났다. 아이고... 엄마가 미안해.

제대로 좀 알아보고 갔어야 했는데..;;;


가상의, 실체가 없는 것들을 쉽게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이에게 살아있는 자연의 빛, 향기, 촉감을 계속해서 전해줄 것이다. 자연을 흠뻑 즐기고 아름다움을 즐기고 만들어갈 수 있는 감각을 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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