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급식 고민
하교 시간, 엄마를 보면 아기 사슴처럼 뛰어와 안기는 아이.
엄마를 보자마자 오늘 급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신나는 설명이 시작된다.
"엄마, 나 오늘 큰 김치 하나를 다 먹었어요! 엄마 아웃백에서 나오는 그런 고기 같은데, 매운 소스가 발려있는 반찬을 먹었어요. 진짜 맛있었어! 나 매운데도 잘 먹었어요! 숙주나물도 맛있고...."
메뉴가 보일 정도로 아이는 그날 먹은 점심 정보를 완벽하게 전해준다.
매운 것도 먹기 시작한 자신의 모습이 굉장히 대견한지 아이는 매운 메뉴를 먹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설명을 한다. 귀여운 사람. ㅎㅎ
그리고 연이어 "엄마 나 배고파요. 집에 가서 뭐 먹을까요?"
하며 간식을 급히 찾는다.
"급식 맛있는데 좀 부족했어?"
"배고파요, 급식 많이 안 주셔서 배가 고파요."
"선생님, 더 주세요~ 하고 좀 더 먹지.. 아이고, 배가 고프구나."
"더 주세요 했는데도 조금밖에 안 주세요."
그 맛있는 급식을 충분히 먹지 못해서 집에 오자마자 식사 수준의 간식을 찾는다.
이렇게 배가 고파서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안쓰러울 정도로 아이는 몹시 배고파한다.
그래서 고민했다. 이 맛있고 매일 행복하게 먹는 급식을 좀 더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에 보내고 나니 어린이집 같은 보육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기관이라 선생님께 뭔가를 전하기가 많이 조심스럽다. 그래서 아이에게 씩씩하게 '더 주세요! 저 잘 먹어요!'를 연습시키고 있는데, 이것으로도 역부족이라면.. 뭔가 살짝 말씀드려도 될까 싶어서 다른 엄마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알림장에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라는 의견이 많아서 아이 알림장에 조심히 펜을 들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00이 엄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맛있는 급식이 양이 적어서 항상 배가 고프다고 하네요. 집에서도 더 먹고 싶으면
급식 선생님께 더 주세요 하도록 연습시키고 있는데, 더 주시는 양도 적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는 정말 잘 먹는 아이라, 담뿍 담아주셔도 남기지 않고 다 먹습니다.
이런 주제로 연락드려서 민망하네요..; 아이들 건사하시느라 바쁘신데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00 엄마 드림.'
후...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면 자연스럽게 말씀드릴 사항이 학교 선생님께는 참 어렵다.
안다.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린다고 아이 밥이 갑자기 고봉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한 번은 말씀드려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도 업무에 교육에 방해가 되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도 얽혀서
조심스럽게 글을 적고 알람장을 덮었다.
아이고 초등학교 엄마도 어렵구나 ㅎㅎ
울 애기가 허기져서 놀이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데... 여전히 우리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향한다.
"저 잘 먹어요! 많~~ 이 주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