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공개 수업
"아는 엄마는 이번에 학부모 총회 간다고 백화점에서 옷이랑 구두 새로 맞췄데요."
아... SNS 상으로만 보던 강남 엄마들의 학부모 총회 준비가 진짜 있긴 하구나...
월요일 하교 때 만난 아이 친구엄마 이야기에 살짝 나도 뭔가를 해야 하나? 싶었다.
내 아이 첫 학교, 첫 학부모 총회와 공개수업은 아이의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한 소개와 이해를 위해 참여하는 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 싶었지만, 결국 나는 내 방식을 선택했다. 단정하게 참석하기.
매일 아이와 뛰어다니고 걸어 다니느라 신발장에 고이 모셔둔 구두를 오랜만에 꺼냈다.
아이의 학교 생활이 몹시도 궁금했던 엄마는 아이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만 잔뜩 신난 아침이었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 집으로 달려와서 40여분의 시간을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를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뛰어갔다.
수업 시작 전 복도에서 몰래 교실 너머로 보이는 아이는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엄마를 발견하자 방긋 웃는 모습.
거기까지였다. 총회룩이 문제가 아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는 교실에 들어온 엄마와 눈을 맞추고 들뜬 모습이었다.
뒤에서 아이와 가장 가까운 쪽에 서서 아이를 계속 바라봤다.
다른 외부 활동에서 항상 아이가 잘한다는 말을 들어서 아이의 태도에 대해 은근한 기대까지 하고 갔는데...
내가 만난 그는 낯선 사람이었다. 저렇게 산만하다고? 저렇게 자세가 바르지 않다고?
손가락은 왜 입에..윽....(울 애기 불안한가...ㅠ.ㅠ)
손들고 발표 시간인데 손은 안 들고, 자꾸 답을 툭툭 뱉었다. (알긴 아는데 발표할 자신감은 없구나..ㅠ.ㅠ)
뒷자리 앉은 친구 쪽으로 몸이 돌아가서 계~속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 엄마에게 진짜 미안해질 정도였다...)
아... 아들아....아....아들아.....!
수업을 마치고 내 품에 안긴 아이가 낯설었다. 오늘 가장 산만한 친구를 뽑자면 우리 아들 당첨.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아이가 태어나고 오늘까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어디서부터 뭔가 잘못되었나 고민했다.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공개 수업 참관록에 아이의 바르지 않은 수업 태도에 대한 참담함과 수업자세 개선을 위해 가정에서 같이 협력하겠다는 말 외에는 적을 내용이 없었다.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자신이 없어졌다. 내 노력과 방향성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타이밍이 된 것 같다.
분명한 건 다 엄마인 내 탓이라는 것... 아이는 그저 자라온 것뿐...
초등학교 1학년 공개수업은 이렇게 슬프게 끝났다....
P.s) 마음이 힘들어서 엄마랑 통화를 했다.
"딸, 아이는 수백번 바뀐단다. 엄마 마음이 제일 중요해. 참담해하지 말고, 낙심하지 말고. 알았지?"
엄마의 위로에 힘을 얻어 봄동 된장국에 불고기, 김치, 고슬고슬 윤기나는 밥을 지어 저녁을 먹였다.
맛있게 먹고 신나하는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다시 힘을 내 본다. 나 자신아, 내가 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