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20. 알림장

by Aloha J

총회와 공개 수업을 다녀온 후 알림장의 글을 더 유심히 살피게 된다. 학교 생활 태도 중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가정에서의 협조를 바라는 의미로 알림장에 내용이 적혀 온다.

새 학기 초반, 우유를 스스로 열 수 있게 가정에서 지도해 달라는 메시지에 마트에 가서 작은 우유 대여섯 개를 사 와서 사흘동안 아이에게 연습시켜서 보내기도 했다.

나노블록으로 총을 만들어서 놀지 않기, 간식을 학교에 갖고 오지 않기, 교실 안에서 뛰면서 추격전 하지 않기 등등의 내용은 아이와 크게 상관이 없어서 반 분위기를 가늠하는 정도로 지나쳤었다.

공개 수업날 아이의 모습을 본 이후로, 알림장에 쓰여 있는 내용이 예사로 지나쳐지지 않는다.

어제는 알림장에 '수업 시간에 노래 부르지 않기'가 쓰여 있었다.

"00아, 알림장은 모두에게 선생님이 똑같은 내용으로 주시는 거지?"

"네! 다 똑같은 거 주셔서 붙여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수업 시간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친구가 있어?"

"음... 네. 있어요."

왠지 우리 아들도 부를 것 같아서...

"00 이는 닌자고 노래 불러?"

"(씨익 ^ㅡ^)..... 헤헤...."

아하, 하이고...ㅋ


흥 많은 민족 아니랄까 봐 교실 여기저기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애들이 있고, 그중에 내 아이도 함께 노래를 부르는 교실을 상상해 봤다.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를 방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오늘 아침 등굣길에도 손을 잡고 가면서

"우리 수업 시간에는 노래 안 하기야~알았지? 선생님 말씀에 집주웅!"

하며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하... 예전에 1학년 알림장에는 '교실에서 눕지 않기'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참 다채롭다. 이젠 알림장에 태도에 관한 지도 메시지가 적혀있으면 내 아들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나 싶어서 가끔 마음이 철렁한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뛰놀던 그들이라... 아직 적응 중이라 그러겠지?

그래, 봄꽃이 화사하게 피고 온 동네에 벚꽃비가 내리고, 철쭉이 한창 물이 오를 때쯤에는 우리 아이들도 제법 학생 티가 나겠지. 오늘도 아이를 믿고, 응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강남(에 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