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21. 홀가분하게!

by Aloha J

주말에도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역시 닌자고부터 손에 쥔다.

"00아, 우선 할 일을 한 다음에 놀자, 알았지?"

아이는 거부감 없이 책상에 앉아서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시작했다.

수학문제집 3장 풀기, 어린이 신문 1장 읽고 문제 풀기, 그리고 영어 집중 읽기.

한자 쓰기와 속담 쓰기는 주말이라 느슨하게 풀어줬더니 오히려 기특하게 찾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쓰고 있었다.

하나씩 보면 제법 많은 일 같지만, 다 하고 나니 2시간 정도면 끝낼 양이었다.

"우와, 정말 대견한데? 오늘 해야 할 공부들을 다 해냈네?"

"엄마, 나 할 일 다 하고 홀가분하게! 호올~가분 하게 놀 거예요!"

"그래, 할 일을 다 해놓고 나면 마음이 어때?"

"좋아요. 그냥 놀면 아.. 언제 하지? 그런 마음인데, 지금은 홀가분해요. 이제 저녁까지 엄마랑 계~속 놀아도 되죠?"


아직 1학년이고 본격적인 공부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아이가 지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지만, 언제나 아이는 엄마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친구들처럼 수학, 영어 학원에 가서 2시간씩 공부하고, 집에 오면 숙제도 할 정도로 하루 일과가 벅차지 않아서 오히려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중학생 시절, 반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옆에서 보면 하루 종일 공부하는 스타일을 아니었다.

"난 집에 가면 바로 공부 시작해. 그리고 그날 할 공부 다 하고 나면 그다음은 자유시간이야. 그날 할 것만 다 하면 엄마가 터치 안 해." 하면서 좋아하는 팝송을 듣고, 서태지에 열광하며 만화책을 자주 보는 아이였다.

그게 굉장히 근사해 보였다. 집에 오면 지쳐서 우선 눕고, 저녁이 되어서야 공부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먼저 공부하고 나중에 노는 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못해서 매번 공부를 무겁게 했던 기억이 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해야 할 공부가 마음에 걸려서 편안하게 보지 못했던 그 기분을 자주 느꼈던 중학생 시절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는 때가 되면 선 공부 후 휴식을 습관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이의 하교 후 시간에 공을 들이는 요즘이다.


아직 해가 밝은 오후, 뛰어노는 것도 공부만큼 중요해서 하교 후 바로 책상 앞으로! 는 하지 않지만, 초저녁, 온전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시작되면 공부를 먼저 하고서 다른 일을 즐길 수 있게 방향을 잡고 있다.

교과서 복습과 숙제는 금요일까지 완료하고, 그 외의 꾸준한 자세를 위해 하는 우리의 공부는 주말까지 이어지지만 언제나 홀가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아이에게 먼저 공부를 권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꾸준함과 성실함을 습관으로 들이기 위함이다. 매일 그냥 해야 하는 일로 아이가 인식할 때까지 엄마의 독려와 응원이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아이는 매일 홀가분한 저녁 시간을 즐기는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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