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22. 한 고개를 넘겼다.

by Aloha J

방과 후 수업으로 시작한 줄넘기. 첫날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면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재미없어. 이거 안 할래."

너무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서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재미없었어?"

"응! 엄마 이건 내 취향은 아니야."

"오늘 처음 해봤는데, 몇 번 더 해보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아냐, 안 할래. 재미없어."


태어나서 줄넘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이라 줄을 돌리고 순발력 있게 뛰어넘어야 하는 이 운동이 재미없을 수도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수박 겉핥기 기억나?"

아이와 집으로 가는 길에 수박 겉핥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1학년이 되면 반에서도 줄넘기를 시작할 텐데 먼저 배워두면 훨씬 운동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피할 수 없는 줄넘기라는 걸 알았는지, 그럼 그냥 해보겠다고.

그리고 아이에게 첫날 배운 걸 보여달라고 요청하니 우뚝 서서 줄 한 번 돌리고 바닥에 내려온 줄을 펄쩍 뛰어넘는 동작을 보여줬다. (아... 귀여워..+_+)

줄을 너~무 멋지게 잘 돌린다고 물개 박수를 쳐주면서 줄넘기 왕이 될 거 같다고 요란법석을 떨었다.


입학과 함께 새로 시작한 수영을 굉장히 사랑하는 아이. 수영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신나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발차기를 잘하면 수영이 훨씬 능숙해진다는 말에 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엄마, 그럼 줄넘기하고 달리기 하면 수영 더 잘하게 되는 거예요?"

"그럼~다리 근육을 잘 기르면 수영을 더 잘하게 되겠지?"

"흠.. 그럼 줄넘기 계속해봐야겠네요."

와우,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내는 마음을 갖게 되다니. 기특하고 대견하고 고마운 성장이다.

줄넘기 안 하겠다고 거들떠도 안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한 고개를 넘어간다.

수영을 위해 다리 힘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참고 해내려는 마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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