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23. 결국...

by Aloha J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되면서 하교 후 시간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다 해냈는지 챙기는 감시자가 된 기분이다. 등교 후 아이가 돌아올 동안 문득문득 지금 이게 맞게 가는 건가 고민이 시작되었다.

공개 수업의 충격은 분명 엄청났다. 사실 공개 수업날 오후는 아무 공부도 하지 않았다. 기본자세도 안되어 있는데 공부는 무슨 공부냐... 하는 마음에 침잠당했기 때문이다.

매일 사랑해요 하며 내 품에 안기는 예쁜 내 아이가 수업 시간 까불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럽기까지 했지만, 아직 1학년이고, 1년 동안 잘 다듬어가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다시 정리했다.


분명 우리는 매일 사랑하고 눈 맞추고 잠들 때까지 핑크빛이었는데, 변한 건 엄마의 얄팍한 마음이었다는 걸 인정했다. 내 사랑이 이렇게 가볍고 하찮았다니. 나에 대한 실망이 파도처럼 나를 삼켰다.

아직 잘 몰라서 까불대던, 긴장하고 불안해서 그런 행동을 보이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던 그 어떤 마음이던 아이의 마음이 제일 힘들 텐데..

엄마가 옆에서 판단자가 되었던 지난 며칠이 한없이 미안해졌다.


집에서 단단히 사랑하고 믿어주면 아이는 그 힘으로 학교에 가서도 괜찮은 선택을 해낼 힘이 생길 거 같았다.

지금 이런 상태라면 나는 아이 사춘기를 제대로 잘 버텨내고 기다려줄 수 있는 자질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교 후 우리의 즐거운 독서 시간도 다시 찾고, 어떤 날은 저녁을 먹은 후 둘이 깔깔대며 신나게 아파트 단지를 전력질주 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같이 앉아서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를 영어 흘려듣기라는 명목으로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목적 없는 산책을 하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1학년이어서 어설프고 모자란 건 아이가 아니라 바로 엄마인 나 자신이었다.


결국 사랑하고, 기다려주고 기도하면서 아이의 뒤에 서기로 했다.

아이가 원할 때 손잡아주는 엄마로 이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질풍노도의 초등학교 적응기가 이제야 끝난 엄마의 부끄러운 참회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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