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29. 실내화는 어디에...

by Aloha J

지난 금요일 오후 알림장을 펼쳤더니 <실내화, 세탁해서 월요일에 가져오기>가 있었다.

"아들, 실내화 어디 있어?"

"????"

아니... 그런 표정은 옳지 않아..;;

"실내화 두고 왔어?"

"네, 두고 왔어요."

"깜빡했나 보네, 그럼 한 주 더 신고 다음 주 금요일에 꼭 갖고 오자. 깨끗하게 세탁해서 갖고 가야 해."

"네!"

씩씩하게 대답한 아들을 보며 신발장에 그냥 두고 왔구나 생각했는데, 학부모 상담을 갔다가 아이 신발장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오늘 집에 갖고 오려나 보네.' 생각했다.


상담 후 만난 아이 손이 굉장히 홀가분해서 "실내화 혹시 가방에 갖고 왔어?"

물었더니 "아니요! 실내화 없어졌어요 엄마."

(???)

"엄마가 오늘 상담이 있어서 교실에 갔다가 보니 00이 신발장에 아무것도 없어서 갖고 온 줄 알았는데... 실내화가 없어? 언제?"

"음... 금요일인 거 같아요. 도서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깜빡한 거 같은데 사라졌나 봐요."

"그럼, 도서실에 다시 가보면 분실물 모음함에 있지 않을까?"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서 가봤는데 없어요."

세상 쿨하게 실내화 없이 며칠을 보냈다는 이야기인데... 껄껄껄...

"화장실은 어떻게 갔어?"

"에이~~ 그거야 신발 신고 다녀왔죠."


아무래도 도서관에 둔 거 같은데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면 절차를 거쳐야 하니... 1학년 엄마에게는 아직 학교 문턱 넘기가 쉽지 않아서 아이에게 찾는 방법을 설명하는 거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늘 하교 후 집에 오니 아이가 선생님께 전달드려야 하는 서류를 (기한이 오늘까지인!!) 고대~~ 로 들고 왔길래 어쩔 수 없이 가방을 풀자마자 다시 아이 손을 잡고 서류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 보안관 선생님께 잠시 방문하게 된 사유를 말씀드리고 방문증을 받고 교실로 향했다.

서류를 얼른 전달드리고 나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도서실로 향했다. 엄마와 함께 하교 후 제 학교를 돌아다니는 그 신나는 기분이 내게도 느껴질 만큼 아이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도서실 앞에서 "사서 선생님께 가서 인사드리고, 실내화와 신발주머니를 분실했다고, 혹시 보관하셨는지 여쭤봐야 해." 알려주고 스파이처럼 문 옆으로 살짝 숨어 아이를 바라봤다.

어린이집 시절이라면 인사드리고 같이 찾으러 들어가겠지만, 이젠 초등학생이니까...

1학년 어린이는 선생님 앞으로 쪼르르 가서 실내화의 행방을 물었다.

선생님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함께 분실물을 모아둔 곳으로 아이를 인도해 주셨다.

몇 초 후 아이 손에 들려온 아이의 실내화주머니! 안에는 꼬질꼬질 까매진 실내화가 들어있었다.

'드디어 저를 찾으러 와주셨군요!' 오랜만에 만난 실내화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건물을 나오면서 물건을 분실했을 때 찾을 수 있는 분실물 보관소를 아이와 함께 지나가면서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 꼭 분실물 보관소를 확인하도록 알려주고 학교 교문을 나섰다.


어제 아이 말을 듣고 새 실내화를 주문한 거 같았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그대로 장바구니에 담겨있었고

(엇, 뜻밖의 다행이다..ㅎㅎ) 새 실내화를 먼저 보내고 헌 실내화를 세탁하려고 했는데, 내일은 꼬질한 실내화를 다시 보내서 며칠 신고 오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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