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28. 1학년 1학기 학부모 상담

by Aloha J

그래... 매도 먼저 맞자. 하는 마음으로 학부모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이 가능한 몇 개의 날짜를 복수 선택해서

아이 편에 보냈더니 가장 첫날 상담이 배정되었다.

'내 아이의 강점 소개 및 개선이나 지도를 요청하고 싶은 부분을 미리 준비'하라는 준비 사항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보이지 않는 좋은 장점이 정말 많은데, 그걸 선생님께 어찌 전달한다.... 살짝 고민하며

총회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을 갖고 상담 시간에 맞춰 학교로 달려갔다.

(왜 항상 이렇게 중요한 날은 아침부터 바쁜지...ㅎㅎ)


교실 문을 열고 90도로 꾸벅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작은 책상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공개 수업 날, 어머님께서 너무 참담한 모습으로 가셔서 상담일에 오시면 위로를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 활짝 웃지는 못했고,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마음은 참고... 그래도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내 아이를 꼭 안아주고 애써 미소를 짓고 나왔었지. 공개수업 참관록에는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쓰고 왔었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래도 아이 앞에서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서 수업시간 내내 망연자실한 모습을 선생님에게 들켰나 보다.


"이제 막 시작이고, 지금 잘한다고 해도 12월에 가서 달라지는 아이도 있고, 지금은 서툴러도 점차 나아지는 아이가 있어서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시기상조예요."

맞죠, 맞아요. 선생님. 지금 이제 겨우 한 달인데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할 시기죠.


"아직 아이들이 아기 같아서 엄마 아빠가 오면 너~무 신나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00 이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 정말 다른 날과 다르게 최고치로 신나 보였거든요."

아...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날의 모습이 매일의 모습은 아니었구나.


"저한테는 엄마 솔직하게 이야기할게요, 맨날 그렇게 지내요. 해서 전 매일 그런 줄 알았어요."

"하하,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니, 00이 너무 귀엽고 착한데요? 보통 그러면 말을 더 안 하는데.."


"평소에 전반적으로 착실하고 좋은 태도를 가진 아이입니다. 잘하는 편에 속해요.

친구들에 영향을 받는 모습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업 시간도 착실해요."

아... 그렇구나. 울 애기 열심히 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그리고 00 이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모습이 보여요. 보통 쉬는 시간에 책을 많이 읽어요.

다른 친구들과도 곧 잘 어울리는데,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요. 저학년 남학생이 책을 좋아하기가 쉽지 않은데.

고학년이 되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참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제가 체력이 달려서 책으로 키웠더니... 책을 정말 좋아해요.


그 말을 듣고 용기 내서 아이의 강점을 선생님께 소개했다.

"말씀하신 대로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도서관과 서점에 가서 책을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입학하고 그다음 날부터 책가방도 스스로 챙기고 학교에서 집에 오면 스스로 물건도 다 정리한답니다.

스스로 해야 할 공부는 힘들어도 꾹 참고 해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순수한 면이 아직 많아서 정말 귀엽습니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00이 학교 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00 이는 집에서처럼 학교에서도 더 잘할 거니까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오는 길에도 90도로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왔다.

아이의 학습태도나 생활면에서 많은 부분을 각오하고 갔는데, 위로를 건네받고 상담을 마쳤다.


"어머니, 남자아이들은 좀 내려놓는 부분도 있어야 하더라고요. 너무 걱정하시지 마시고, 좀 더 느긋하게

봐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재미없고, 원칙주의자에 여유 없는 엄마는 오늘도 또 한 번 다짐한다.

그래, 큰 일 아니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려주고, 사랑해 주자.

어차피 재미가 없는 엄마라면 따뜻함을 더 채워주려고 노력하자.

20여 분도 채 안된 상담을 마치고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엄마가 너무 겁먹고 낙심했어서 미안해. 단단하지 못한 엄마의 얕은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우리 아들, 잘해주고 있는데, 엄마가 정말 겁쟁이다.


재잘재잘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에 오면서

"아들, 고마워." 하고 꼭 안아주니 아이는 내 품에서 방그레 웃었다.

"엄마! 사랑해요!"

에효, 이렇게 이쁜 아들을!!! 미안해 정말... 애미야, 진짜 나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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