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끔 억울한 케이스가 있어요... 위로받을 수 없는 슬픔(1)
"선생님, 전 시력이 2.0, 1.5였어요. 지금은 1.0 정도지만..
남편도 안경을 쓴 적이 없는걸요."
...........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를 신나게 타던 아기가
"엄마, 앞이 안 보여요."라고 말한 건
3살, 어느 여름 저녁이었다.
무서운 그 한 마디에 아기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펴 보이며
"이거 몇 개인지 보여?"
"아니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으로 안과를 검색해 보니
이미 저녁 진료가 다 마감된 상황이었다.
택시를 타고 강남역에서 야간진료하는
안과를 찾아갔더니 아이 진료는 안 한다며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불편할 정도로 번뜩이는 네온사인들과
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강남의 밤 분위기 속에
아이를 꼭 안고 억척스럽게 택시를 잡아 탔다.
(강남의 저녁은 택시가 잘 안 잡힌다.)
"성모병원 응급실로 가주세요."
아기를 꼭 안고 땀으로 범벅된 채
이마에 흐르는 땀과 같이 눈물이 흘렀다.
흐느낌이 아이에게 느껴질까 조심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8시가 훌쩍 넘어가는 응급실 대기의자에서
아기는 무료한 듯, 하지만 차분하게 엄마 품에 안겨있었다.
아직 의사소통이 확실히 되지 않는
숫자도 다 익히지 못한 37개월 아기에게
자동차, 오리, 우산 모양으로 묻는 시력검사가 무의미했다.
당직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알 수 없는 의료진에게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몇 주전 아빠와 그네를 타다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부딪힌 서사까지 일러줬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CT를 찍으니 뇌는 정상.
불이 다 꺼진 안과진료실로 가서 두어 개의
검사렌즈로 아이 눈을 살폈다.
잠시 대기하는 동안
"저~기 숫자 보여?" 하며 아이의 눈이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데..
전문의로 보이는 여의사가 최종으로 우리를 불렀다.
시신경과 다른 건 이상이 없는데,
개월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력이 매우 낮다는 소견.
나안시력 0.2, 0.3을 이야기하며 일주일 후
동네 안과에서 시력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살면서 들어본 적 없는 낮은 시력을
아이가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해지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보인다"는 아이의 말에 안도하기보다는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동네 안과에서도
아이가 어려서 정확한 시력 측정은 어렵지만
확실한 건 지금 개월수에 발달돼야 할 시력만큼
자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멀~리 보게 하고
책을 보는 걸 줄이고, 야외로 자주 나가라는 것.
아기의 수면을 돕겠다고 해 떨어지면
조명을 어둡게 해서 그런가?
책을 읽어줄 때 조심한다고 했는데
혹시 더 멀리 보여줬어야 했나?
코로나 무서워서 산책을 가끔 한 게
아이 눈을 자라지 못하게 했나?
집순이 엄마라서 아이가 야외 활동을
많이 못한 게 치명적인 실수였나?
외출할 때, 눈 망가질까 봐 끼워준
유아용 선글라스가 결국 독이었나?
많이 울고, 울었다.
임신 때 입덧이 심해 먹지 못한 게
아이 눈을 제대로 못 키운 건지...
아이를 위해 한다고 한 내 행동들이 다
잘못된 건 아니었는지..
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밤마다 고통스럽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