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6. 심심하게 키우기

by Aloha J

41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했다.

"41개월이요? 그렇게 길게 가정보육이요?"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신기한 일이 돼버렸다.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온전한 애착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41개월 아이를 내 손에서 키웠다.


맞벌이가 당연한 요즘의 가치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여러 번 만났지만,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이었던 가정보육을 후회하지 않는다.


41개월을 꽉 찬 체험학습과 여행, 다양한 자극으로 채우지 않았다.

대신 아기와 함께 비슷한 결의 하루하루를 살았다.

주일날 예배를 드리고 나면, 아. 일주일이 갔구나 느낄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 이유식을 먹이고, 오전 산책으로 집 앞 공원을 거닐었다.

아기띠에 품거나 유모차에 앉히고 열심히 동네를 걸어 다녔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을 어찌어찌 재우고 나면,

늦은 오후 일어나 책을 보고 소소한 놀이를 했다.

날이 좋으면 저녁 전에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쨍한 오후의 햇살과 달리 조금 여유가 있는 초저녁 하늘에는

저물지 않은 햇빛과 하얀 달 한 조각이 같이 떠올랐다.

그 하늘을 보며 엄마 무릎 위에서 그네를 타는 우리 아기.

그렇게 저녁이 다가오면 집에 돌아와 밥을 먹이고 목욕을 했다.

수유를 하고, 책을 읽어주고 토닥이며 막수를 하면 잠이 드는 하루였다.


책과 좋아하는 몇 가지 장난감 자동차,

동네 소방서에서 하염없이 구경하는 소방차 외에 특별함을 찾는다면..

로보카폴리 시리즈가 있는 동네 약국, 일주일에 두 번 하는 문화센터 수업,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 정도였다.

코로나이슈가 없었어도 아마 일상은 비슷하게 흘렀을 것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후 처음으로 엄마 교육을 참여할 수 있었다.

아이 없이 혼자 걷는 기분이란... 설레고 묘했다.

부모 교육 수업에서

"36개월까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예측할 수 있는 익숙함이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아동심리학 교수님의 말을 듣고 '와 나란 녀석 잘했네' 하며 흐뭇했었다.

외출이나 외부에서 받는 자극이

아직 아이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시기가 아니라서

외출이 길어진 날 유독 아이가 밤에 제대로 못 자고 짜증이 많아지는 이유가

다 같은 맥락이라는 걸 들으면서

아이에게 그런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노력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걸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일상 속에서 아이는 매일의 반복된 루틴을 배우고

같은 책을 수십 번 읽으면서

매번 다른 반응으로 행복해하고 재미를 찾았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덕분에 7살이 된 아이는 엄마의 식사 준비 시간,

엄마의 목욕 시간에 혼자 재미를 찾을 줄 아는 멋진 형아가 되었다.

아이가 잠들거나 등원 후 거실에 수북이 쌓인 책과 놀잇감들을 보며

스스로 시간을 보낼 줄 알게 된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다.


뮤지컬, 미디어아트, 체험 수업, 정기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없다.

자극적인 빛과 소리로 가득한 미디어아트 말고

진짜 자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주고 싶어서 자연을 찾아다닌다.

모처럼 휴일에 어디 갈까? 하는 남편에게

여전히 주문하는 건 '무. 조. 건. 자. 연'이다.

놀이공원이나 키즈카페보다 자연을 택하는 엄마를 만나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낄 줄 아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오늘도 심심함을 추구하는 나는

강남(에 사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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