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5. 그날, 당신을 안아주고 싶었다.

by Aloha J

내가 타는 출근 버스는 붐비는 노선이 아니다.

출근 시간이 좀 여유로운 시간대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버스 자체가 하루 종일 만원 버스인 적이 없다.


지난 월요일, 버스를 타자마자 교통약자석에서 빛이 났다.

사랑스럽고 꼬물거리는 쪽쪽이를 물고 있는

세상 가장 예쁜 빛.

아기띠를 앞보기로 한 덕분에 예쁜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눈썹이 씰룩 위로 올라갈 만큼 눈은 커지고

입은 웃으며 아기 옆을 지나 뒤편 좌석에 앉았다.


아코, 하늘로 뻗쳐 자란 솜털 같은 아가의 머리카락이

반쯤 열어둔 창문에 나풀거리고 있었다.

아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지.


아직 돌이 안된 아가를 앞에 품고

머리를 질끈 맨 엄마의 뒷모습을 보니

딱 저시기의 나를 떠올렸다.


두리번대는 아기와 약간 지켜 보이는 엄마.

아무 말도 아기에게 건네지 않는 모습이

많이 지친듯했다.


그리고 잠시 뒤, 핸드폰을 손에 들고 SNS를 킨 엄마.

어느새 아기도 그 화면을 같이 보고 있었다.

엄마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쓸어 올리는 화면,

아기가 지금 보지 않아야 할 세상 이야기가

아기에게 고스란히 노출이 되고 있었다.

아... 지금 아기가 보고 있는 게, 의식이 되지 않나 보다.


두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엄마는 계속

화면 속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아기도 함께.

그러다가 힘들었는지 칭얼거림이 시작됐다.

고개를 흔들고 발을 흔들며

칭얼대는 아기의 모습이 가여웠다.

엄마는 살짝 몸을 좌우로 흔들뿐

시선과 손은 온통 스마트폰이었다.


블루라이트, 유해한 화면, 고자극, 전자파..

그리고 지친 엄마의 방관.

처음에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지금, 아기가 같이 보고 있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가?

아기가 신경 쓰이지 않는 건가?


내가 먼저 내리게 된 상황이라 그 이후는 모른다.

참, 어떻게 저러냐... 에효...

혼잣말을 뱉으며 걷다가 갑자기 그 엄마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엄청, 지쳤구나.

분명, 저 엄마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아이에게 바깥 풍경에 지나가는 세상을

다정하게 설명해주기도 하겠지.

아이의 손을 잡고 귓가에 다정한 이야기도 해주겠지

오늘은 뭔가 많이 고된 날이었나 보다.

그래서 제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애쓰고 있나 보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아기를 잠시 안아주고, 엄마 혼자 좀 쉴 수 있게

도와주면 좋았겠다.

그럼 엄마가 다시 다정하게 아기를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그날, 그 아기엄마를 위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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