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24. 좋은 습관을 채워 넣고 나쁜 습관은 덜어내고.

by Aloha J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인생을 시작한 아이. 스마트폰 없이 기차 여행을 하고, 버스 여행을 하는 걸 익숙하게 생각했던 아이가 친구 집에서, 원에서 텔레비전을 알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귀여운 질문을 한다.

"엄마, 우리 집은 텔레비전이 없어? 우리는 텔레비전 언제 사요?"

(응, 창고에 울 애기 태어난 날부터 거기서 살고 있지.)

"우리 집 텔레비전 있어."

"정말요? 와, 그럼 나 초등학교 가면 텔레비전 달아줄 거예요?"

"음... 아니..." "왜요?"

"우리 집 텔레비전은 아무것도 안 나오거든. (전선을 안 꽂아서...)"

"왜 안 나와요? 유튜브 안 나와요? 어린이집은 나오던데.."

"(다행히도 구형이라) 우리 거는 유튜브가 없는 텔레비전이거든."

살짝 아쉬워하면서도 다행히 집요하지 않게 넘어갔다.

미안해, 엄마가 다 오픈해서 말해주지 못해서..;;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 아직은 아가의 순수함을 엄마가 좀 이용하고 싶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렁 넘어갔다.

요즘 긴장이 된다. 이 친구의 초등학교 시절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매일 두 장씩 하는 가베 수학도 한 문장이라도 쓰고 넘어가는 감사 일기도 아직 습관이 들여지지 않았는데... 초등학교에 가면 뭔가 더 해야 하는 게 많아져야 할 것 같고.. 난데없는 조급함에 쫓기는 마음이다.

누가 그랬다. 총 질량 보존법칙이 인생에도 적용이 되는 거라 이왕이면 습관의 총량에도 좋은 습관을 많이 넣어줘야 나쁜 습관이 덜 들어갈 수 있다고. 이 말에 납득이 되어버린 엄마는 오늘도 나의 육아를 점검해 본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요구하면서 좋은 습관을 소개하고 훈련시키는데 얼마나 에너지를 쏟았는가...

뜨끔하고 번쩍 정신이 든다. 급한 마음에 아이와의 박자가 엇갈리지 말아야 하는데 요즘 자꾸 삐끗하는 나를 보며 참 어설픈 어미라는 생각이 몰려든다.

<1. 꾸준히 하는 습관 2. 감사하는 마음 3. 자기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 이 세 가지에 포커스를 맞추다가 이걸 1학년 입학식 전까지 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 초등학교 6학년 동안 세 가지를 잘 만들어주자. 그리고 엄마 욕심 한 스푼 넣어서 책 엄청 좋아하는 지금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옆에서 잘 부채질해주자. 텔레비전 말고 우리 자연에서 땀 흘리는 거 즐기는 인생이면 좋겠다. 엄마 욕심만 자꾸... 커진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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