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연 하늘 민트!
어릴 때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참 좋아했다. 기억에 남는 자전거는 두대가 있다. 하나는 핑크색 본체에 하얀 큰 바퀴 두 개와 작은 보조 바퀴 2개가 있는 자전거였고, 다른 하나는 짙은 보라색 접이식 자전거였다. 핑크 자전거에는 바비(Barbie)라는 글자도 있었고, 하얀 바구니였는지 아니면 핑크색 주머니 같은 가방이었는지 긴가민가 하지만 수납공간도 있었던 것 같다. 내 키보다 더 큰 느낌이었던 핑크색 자전거를 매일 끌고 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조바퀴 2개는 다 졸업하고 큰 바퀴 두 개로 능숙하게 타게 되자 그 자전거는 어느 순간 작아져있었다. 그 뒤에 만난 자전거는 보라색 접이식 자전거였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전거를 타고 다닐 여유는 어릴 때만큼은 없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탔던 기억이 있다.
하와이 생활이 익숙해질 때 즈음, 호놀룰루에 있는 Biki 자전거 대여소가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얼마나 신났던지! 호놀룰루의 주요 관광지들과 더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엔 Biki 자전거 대여소가 있었다. Biki 앱을 휴대폰에 깔면 각 대여소 별로 이용 가능한 자전거 개수, 남은 이용 시간, 요금제 종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여시간 안에 '반드시' 근처의 대여소에 반납하면 끝! 자전거 색깔은 연 하늘 민트였는데, 자전거가 하와이의 하늘과 바다 색깔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섬 살이가 처음이었던 나는 종종 '섬'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사방이 막혀 있는 곳에 갇혀버린 느낌이랄까. 온몸이 보이지 않는 실로 꽉 동여매어 죄어오는 답답한 느낌이랄까. 그럴 때면 와이키키와 힐튼 빌리지, 매직 아일랜드에서 2-30분 신나게 자전거를 탔다. 걷거나 버스 탈 때는 보이지 않거나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면 독특한 답답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현실 속에서 지상낙원의 로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님을 하와이에서 자전거를 타며 배웠다. 이 깨달음은 많은 것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에서 건강한 삶의 결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