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만의 힐링 장소

쉬는 시간

학부생 때 어디에서 주워 들었는지 아니면 가볍게 읽던 책에서 본 구절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나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자체가 감명 깊었다.  바쁜 와중에 여유롭게 산다는 것은 저런 것인가 싶고 그런 삶을 산다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 이때부터 어딘가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 나만의 힐링 장소를 꼭 찾아보았다. 나의 힐링 장소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한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자리를 사용하기 위해 음료수나 간단한 간식 등을 굳이 안 사도 될 것!


학부생 때는 미대 근처에 있는 인어공주 분수대에서 잠시 앉아 있거나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생각 정리하길 좋아했다. 또, 여러 도서관들 중 규모가 큰 도서관이 있었는데 나는 '메인'이라고 부르길 좋아했다. 이 도서관의 큰길 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 뒤편에 작은 길이 있는데 이 벤치에 앉아 생각 정리하곤 했다. 우아하게 표현해서 생각정리이지 사실은 울보도 이런 울보가 없을 정도로 엄청 고요하게 울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정말 늦게 시작한 미술 공부 양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울기도 많이 울었다. 헤르미온느처럼 빡빡하게 짰던 스케줄도 지금 생각해보면 한몫했다.


하와이로 갔을 때에는 기숙사 로비 구석에 있던 1인용 소파였다. 1인용 소파가  개가 있고  사이에 작은 원형 테이블이 있었다. 바로 옆엔 하와이 특유의 바람구멍이 있고, 천장엔  선풍기가 있었다.  선풍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바람개비형의  미국식 천장 선풍기이다. 놀랍게도 최신식으로 지어진  기숙사만 에어컨이 있고 나머지 기숙사들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풍기 바람을   있다는  자리의 좋은 점들  하나였다. 시원한 바람을   있어서 인지 괜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면  집중이  됐고, 페이퍼를 써도 괜히   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창밖에 있는  나무들과 잔디밭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눈의 피로도 회복할  있었다. '몽구스'라는 하와이에서   있는 동물들도 가끔 보이고, 새소리도 감상하고,  오는 날엔 빗소리에 흠뻑 빠져들어 비의 낭만을 즐겨보기도 했다. 운치 있지 아니한가.


한국에서는 달이 비치는 긴 목조 다리가 있는 나들이길에서 걷기 운동하는 것이다. 얼마나 좋아하면 나의 작품 사인의 일부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남산타워가 바라보이는 그곳도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것들이 점점 업의 일부분으로 스며들고 있고,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없는 진정한 프리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짬짬이 시간 내어 나만의 힐링 장소를 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곳에 가서 자연을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마음의 여유공간을 재정비할 수 있는 것 같다. 여러분들만의 힐링 장소는 어디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1. 하와이 기숙사 로비의 1인용 소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많은 의자들과 소파들이 치워졌지만, 내가 좋아하는 의자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기했다.


2. 하와이 기숙사 로비의 1인용 소파에서 바라보면 사진상 왼쪽에 있는 (크기 때문에 일부분만 사진 속에 담겨있는) 큰 나무도 볼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따르릉따르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