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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나릇나릇

재충전 시간

Teatime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00 x 80cm

이 그림은 의식의 흐름대로 그려나갔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글로 정리해보려 하니 역시나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로 온종일 바깥 날씨는 오돌오돌 춥지만, 오후 2-3시경이 되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포근한 날. 만약 집에서 쉴 수 있는 오후라면 어서 재빨리 포근한 이불속으로 '쇽-' 들어가 달콤한 오수를 청해 본다. 그동안 케케 묵힌 제대로 못 잔 잠을 충전할 수 있는 꿀 같은 휴식시간이다. 오수는 20분 정도 자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 어쩐지 더 뒹굴뒹굴 누워있고 싶다. 포근함의 마력은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주는 내가 주는 선물이다 셈을 쳐본다. 그래, 이 맛에 일하지.

하지만 삶의 현장에서의 오후 2-3시는 아무리 햇살이 따스해도 오수를 청할 수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찌 달콤한 오수를 청할 수 있단 말인가. 낮잠이 사치가 되어버리는 슬픈 순간이다. 아쉽지만 다음 휴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을 살아가는 순간에도 한 가지 포근한 오후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 각자가 좋아하는 차 혹은 커피 한 잔 하는 것이다. 디저트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문득, 여러분들은 어떤 차 혹은 커피를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진다.


나만의 오후 커피 레시피는 간단하다. 커피 원두, 모카포트, 레몬, 얼음만 준비하면 된다. 하와이의 2-3시는 포근하다 못해 피부가 타 들어갈 것 같이 더웠다. 내 피부가 생각보다 약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타오르는 태양을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가 속까지 차가워지는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열대지방의 더위를 식혔던 기억이 있다.

레시피:

(1)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릴 동안 유리잔에 얼음을 넘칠 정도로 한가득 담아둔다.

(2) 싱싱한 레몬 한 개로 열심히 레몬 즙을 짠다.

(3) 모카포트에 갓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얼음컵에 담고, 입맛대로 레몬즙을 넣으면 끝이다. 처음엔 레몬즙을 조금만 넣었었지만, 점점 레몬을 넣는 양이 늘어나다 결국 레몬 한 개의 즙을 다 넣는 경지까지 올라갔었다. 레몬이 건강하게 싱싱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꼭 초봄이란 시간적인 배경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오후를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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