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울어요?

잊고 지낸 초심

by 알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료가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뭐야, 왜왜. 무슨 일 있어요? 왜 울고 그래요. 슬프잖아."

"힘들어요."

"뭐가 뭐가? 아이템?"

"그냥 다 힘들어요."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 걸러 하루 아이템을 찾고 촬영을 나가고 모두가 사무실에 남아 늦은 밤까지 취재에 매달려 혼을 쏟던 시절. 뉴스 5분짜리 만드는 데 무슨 혼까지 쏟아붓냐 할 수도 있지만. 그땐 그게 당연했다.


방송이 끝나고 선배한테 불려 간 적이 있었다. 우릴 불러낸 선배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이야기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날 같이 혼났던(?) 팀원의 SNS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던 건 기억한다. 그는 선배의 쓴소리에 저항하고 있었다. 나름의 속사정이 그에게도 있었던 거다.


우리 모두가 울고 분노했다. 아이템은 매일 아침 포털사이트를 메우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500원 동전을 받기 위해 새벽같이 교회 앞에 줄 서는 어르신들. 지금보다 훨씬 아이템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고 지냈던 것 같다.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한탄했고 그 흔적은 저마다의 SNS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감성에 취해 그날의 후회와 반성을 적어놓고 다음날 '어제 감성팔이 글 남기는 거 보고 알아봤다'며 서로를 놀리던 시절. 이번 아이템은 모두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만들었으니 오늘은 새벽까지 맛있는 거 먹고 노래방 가자! 원 없이 풀었던 시절.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그냥 젊은 시절의 추억이라 그리운 게 아니라 그때의 열정이 그립다. 대충 이런 아이템은 이렇게 만들면 되겠지,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자세에 익숙해진 지금이 너무나 싫다. 조금 이해가 안 가고 어딘가 모르게 아니란 생각이 들면 취재원을 붙잡고 끝까지 늘어져서 따지고 묻고 해명을 받아내는 뻔뻔함. 현장에 나가는 팀원들과의 화합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의는 결과물의 완성도라는 걸 감안하고 감내할 수밖에 없는 불협화음. 각자의 개성을 어떻게 눌러야 할지 몰라 삐죽빼죽 튀어나와서 웃기도 울기도 했던 그 시절.


불과 몇 년 전인데 이렇게나 멀게만 느껴지는 건 내 열정이 식어서 인지. 늘 좋은 말만 건네고 싶어 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인 건지. 굳이 내가 말 안 하면 얼굴 붉힐 일 없으니까 넘어가고 말자는 귀차니즘인지. 모르겠지만,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 그저 그런 영상물로 나가면 너무나 속이 쓰리다. 이러려고 여기 남아있는 게 아닌데.


작가의 이전글요즘 일은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