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8일
윤달이라 2월이 안 끝났다는 위안감에 기분 좋게 적는 일기.
오늘 미용실 다녀왔다. 상한 머리끝을 잘라내고 내 인생에 도무지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았던 히피펌을 했다. 난 그냥 펌을 하고 싶었는데 원장님의 "펌은 히피죠" 한 마디에 "예. 그렇다면" 하고 강행된 히피 펌.
장시간 탈색에 버금가는 머릿결, 고생해서 컬을 만들어놔도 티 하나 안 나는 가는 머리카락, 머리를 기르고부터 무수히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 덕분에 생겨난 잔머리들과 고군분투한 원장님. 애써 말한다.
"아, 예쁘다. 예쁘네^^"
거울 볼 때마다 푸들 한 마리가 날 쳐다보고 있다.
욕하는 게 아니라 완성된 펌 보자마자 개 같네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어감이 좀 그렇지만 구리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보면 볼수록 개 과의 포유류인 그 생물체가 어디서 나타나 앉아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아주 자연스러워"
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동생은 웃고 있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 해보고 처음 해보는 뽀글 머리. 이제 잠수를 타야 할 때가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