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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민 Jun 21. 2023

새벽 한 시에 걸려온 전화

새벽 1시 3분

원고 삼매경인 밤


불과 5분 전 '일찍 자'라며

내 방 앞에 서서 인사하고 방으로 사라진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이 누워있을 침대와

내가 앉아있는 침대

직선거리 1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전화가 웬 말인가


저녁 반주 덕에  

잘못 눌린 거라 생각하며 별 기대 없이 받았는데

대뜸 물어온다


"창문 열어놨어?"

"응, 열어놨지."

"빗소리 좋지? 빗소리 들으라고 전화했어. 잘 자."


'오늘밤 달이 참 예쁘네요'에 버금가는 낭만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담백하고도 절절하다


멋지게 한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빗소리 들어야 해서 문장을 지을 여력이 없네


참 별 거 아닌 일이

사람을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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