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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일 토요일
할머니가 향년 100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한 달 전 요양병원에서 할머니를 만났을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할머니는
비스듬히 세워진 침상에 기대어
내 손을 덥석 잡고는
"고맙다! 고마워..."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보드라운 할머니 빰을 만지며 말했다.
"할머니... 괜찮아? 안 아픈 거지?
아프지 말고 잘 지내셔야 해요!
나 또 올게요."
세상에 할머니와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한없이 울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이 예견된 수년 전부터
할머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할머니의 삶을
나는 나의 글로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 꼭 쓰리라
다짐했었는데 결국 이제야 쓴다.
쓰다 보니 어라!
하루아침에 뚝딱 쓸 수 있는 글이 아니었다.
한 세기 동안 펼쳐진 서사 속에
내가 보고 들었던 사건과 이야기들은
고작해야 바닷가 모래 속 어쩌다 발견되는
유리구슬만큼이나 작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쓰기를 멈추고 새 노트를 열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 근원적 물음에 몰랐던 것처럼
답을 또 깨닫는다.
사랑이 머물러 빛이 된 날들을
내 글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구나!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할머니를 기억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지난 일주일의 밤과 새벽.
그 모든 날들이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