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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수집한다. 꿈을 수집하기 전에는 이야기를 수집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소설을 읽거나 유명 평론가들이 추천한 세계 100대 영화들을 찾아 한번에 세네 편씩 몰아 보곤 했다. 그러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살아온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삶의 마디마다 생겨나는 동창회는 물론 일하면서 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친분이 쌓인 언니 동생, 지인들과의 주기적인 모임도 기꺼이 참석했다. 이야기를 좋아해 생긴 습관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저마다의 꿈을 품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 꿈이 궁금해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꿈을 수집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가늠할 수 없이 커져버린다. 그에 반해 인간관계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젠 내 꿈이 궁금하지 않아도 계속 꿈을 물어보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손가락 수만큼 줄어들어 그만큼 소중하고 때론 불통인 관계들 속에서 미움받을 용기는 있는데 미워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꿈은 내 앞에 앉은 사람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매개이자 대화의 물고를 트는 촉매다. 오늘의 날씨로 시작해 저녁거리 걱정으로 끝나는 가벼운 근황토크가 끝나면 나는 종종 다음 질문을 생각해 내느라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럴 때 슬쩍 꿈을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마주 앉은 이와 나는 한참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푹 빠져버린다.
어느 정도의 삶을 살아온 이들은 꿈을 단답형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꿈을 갖고 살았는지, 왜 그런 꿈을 품게 되었는지 말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을 이야기하게 되고 어떤 계기로 이런 성격, 성품을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하게 된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에게 더없는 감사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결국 꿈을 들으면 그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고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모든 이에게 눈치 없이 질문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너무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해야 할 때 꿈 질문 카드를 슬쩍 내밀어본다. 나와 다르다고 마냥 미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상황을 더 힘들어하는 이른바 미워할 용기가 없는 나를 위한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