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집중의 단련일기 3호
친구들과 [단련일기]를 준비하면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평소 해야지 하면서 못 하고 있던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러다가 단련이 ‘무한도전’ 되는 거 아니냐며 깔깔 웃었는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되는 것 같다. 미뤄둔 파일 정리를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 호 글 마감을 앞두고 마지못해 시작했다. 친구들과 뉴스레터를 만들기 잘한 거 같다. 글감을 핑계로 무언가를 해내는 게 은근 뿌듯하다.
무엇을 비울까 하다가 내 방에서 가장 정리가 시급한 게 뭘까 생각해봤다. 골똘히 앉아 있는 나와 마주 보고 있는 노트북. 하루 중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다름 아닌 컴퓨터다. 21세기 미래사회에 사는 게 맞는 거 같다. 사람의 온기보다는 노트북의 발열에 더 익숙하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2018년에 산 맥북은 현재 포화상태라 용량이 부족해 업데이트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일 정리를 그때그때 하면 좋겠지만, 뭐 꾸준히 해서 좋은 건 수없이 많고 하루는 짧다. 첨엔 카오스 상태의 바탕화면을 정리할까 했지만, 아직 작업 중인 파일도 많고 무엇부터 없애야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래서 목표를 작게 수정해 스캔한 파일들이 자동 저장되는 ‘그림’ 폴더를 비우기로 했다.
‘나 지금부터 비우기 한다~’
채팅방에 선전포고하고 두 시간 동안 그림 폴더 속 파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끝이 없을 거 같아 아예 시작도 못 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건 삭제하고 필요한 건 폴더에 맞게 분류하고. 단순노동이라 그냥 하면 심심하니까 잔잔한 영화를 하나 틀어뒀다. 자연 소리를 좀 들을 겸 오랜만에 ‘리틀 포레스트(한국판)’를 틀어놨더니 요리하는 소리가 더 잘 들려서 폴더가 비워질수록 배 속도 비워지는 듯했다. 아우, 맛있겠다. 김태리는 요리도 참 잘하고 참 맛있게 먹는다. ‘고된 노동 끝엔 술이지!’ 하며 막걸리를 담아서 마시는 장면에선 침이 꼴깍 넘어갔다.
두 시간 후 기적적으로 그림 폴더가 다 비워졌다. (스스로 놀랐다. 두 시간 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니)뿌듯한 마음 한편으로 초집중해서 파일 분류만 했더니 피로가 몰려와 침대에 뻗었다. 지킬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저녁마다 폴더 하나씩 공략해서 두 시간씩 파일 청소를 하는 것도 참 좋겠다 슬며시 생각하며. 그렇담 다음은 ‘다운로드’ 폴더 네 놈이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