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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Feb 28. 2021

책이랑 친해지기

박연습의 단련일기 

사진은 요즘 읽고 있는 책. 다 읽은 책도 있고 읽는 중인 책도 있다.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학창 시절에 읽은 책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내 시력이 나쁘지 않은 것도 어린 시절에 책을 안 읽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그때는 책을 안 읽었다. (주변에 눈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어린 시절에 책을 좋아했다고 말해서 이러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물론 내 주변의 통계일 뿐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내가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 무렵이다. 삶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삶이 궁금했다. 학교 도서관의 서가를 구경하다 보면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치 지나가다 마주친 모든 사람과 사귀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책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서 모두와 사귈 수는 없듯이 나의 책 읽기도 그런 식이었다. 마음은 앞서고 읽기에는 게으른. 


확실히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책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 요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책과 친하지 않던 사람이 책과 친해진 이야기도 누군가는 궁금하지 않을까? (그렇죠?) 나는 다독의 욕심은 버린 지 오래라 '한 달에 몇 권'이라는 목표는 없었고 그저 꾸준히 읽는 '독서의 생활화'를 추구했다. 목표가 터무니없이 소박하지만, 나처럼 소박한 목표를 가진 분들을 위해 내가 시도했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하루 두 쪽 읽기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두 쪽 읽기'를 했다. 두 쪽만 읽자고 책을 펼치면 몇 장 더 보게 된다는 전략이었다. 피곤하면 두 쪽만 읽고 자면 되니까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속했을까? 밤마다 책을 읽는 재미도 생겼고 이 정도면 습관이 되려나 싶더니 마감이 몰려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책을 펼칠 여유가 없었다. 다시 책을 읽지 않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 아침 10분 독서 

'두 쪽 읽기'의 실패를 통해 밤은 내 의지대로 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책을 아침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은 여유가 있을 때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유가 있을 때 하겠다는 말은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책은 느긋하게 읽고 싶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아침 독서를 시작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없는 삶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쪽으로. 요즘은 아침에 10~20분 정도 시간을 내서 한편의 글을 읽는다. 잠깐 시간을 내서 읽은 한 편의 글이 내 하루에 빈칸을 만들어주길 바라면서.


# 그리고 같이 읽기 


2019년부터 정신분석 책을 읽는 '나무'라는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했다. 지인이 몇 년간 꾸준히 공부를 계속하기에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을 뿐 관련 지식이 있던 분야가 아니었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가 아니라서 내 일상에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예전에 독서 모임을 하면서 느낀 점을 그림일기로 남긴 적이 있다. 그때 쓴 글을 옮겨보면,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고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해보는 것이 재밌다.

지금 당장 시급하지 않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에 관심을 두면, 상을 보는 창이 하나 더 생긴다. 다양한 창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여전히 삶에 대한 호기심이 책을 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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