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잡은 손

by 바라 봄

바로 아버지 손이다.


이번 주 아버지께서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다.


30년 넘게 평생 지게차 운전을 하셔서 양쪽 무릎 연골이 닳고 닳아서, 걷지도 못할 정도이고


발 뻗고 주무시지도 못할 상황이 왔다.


아버지는 정말 심각하다고 느끼시기 전까지 병원을 안 가는 성격이었다.


예전에 지게차 문을 닫다가 새끼손가락이 끼어서 새끼손가락이 터졌는데도, 참고 집에 오셨다.


그러다 "아.. 안 되겠는데? 병원 가야겠다."라고 병원을 가셨었다.


그런 아버지가 "양쪽 다리를 잘라버려야 편할 것 같아"라고 하실 정도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계속 참고 계셨던 것 같다.





수술하기 전 오전에 각종 검사를 받고 수술을 들어가셨다.


5시간 넘게 수술을 하고 오셨는데 너무 아파하신다.


진통제를 추가로 넣었더니 아버지가 심장이 떨린다고 하신다.


간호사 선생님이 진통제를 멈추고 심전도 체크하는 기계가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라고 하신다.


마취는 풀리고 있고 점점 무릎 고통은 심해지는데 심장 때문에 진통제는 못 넣고


아버지는 그 고통을 쌩으로 20분을 버티고 계셨다.


너무 괴로워하신다.


그 모습을 보는 나와 어머니, 누나는 멘털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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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거는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 손을 꽉 잡아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버지 조금만 참아요. 아버지.. "


심전도 검사에 이상은 없다고 나왔고 진통제 투여를 다시 시작하니 아버지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수술 후 3일간은 지옥같이 아프다고 들었다.


그래도 수술을 잘되었고 아버지도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다.




수술 첫날 폭풍 같은 날을 보내고 집에 와서 생각을 하니 아버지 손을 잡아본지가 30년도 넘었던 것 같다.


30년 전에도 초등학생이었으니 아버지 손을 잡았던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봐도 아버지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때 이발 하러 갈 때 아버지 끄시는 자전거 뒤에 탔던 기억만 있다.


지금 아버지 손은 노인의 손이 되고 거칠한 손이 되어 있었다.


수술 이후 매일매일 병문안을 갔는데 한 번이 어려웠을까? 자연스럽게 아버지 손을 잡게 되었다.


무뚝뚝한 아들이었지만 지금 순간이 소중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께서 예전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들 4살 때, 우리 첫 집을 사서 이사 날을 잡고 전날에 회사에 하루 휴가 낸다고 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난리를 쳐서 그날 때려치우고 그다음 날 이사했어.

아빠에겐 가족이 먼저고 가족이 전부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예전엔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 아들 둘 아빠가 되고 나서야 이제야 그때의 아버지의 선택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인생의 몇 없는 최고의 순간,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 같다.


나도 가족이 먼저고 가족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먼저라고 생각하기로 다짐했다.


아들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매일 아버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3주 동안 재활하시는 동안 일 핑계, 애들 핑계 대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매일매일 찾아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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