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 사주나 점을 보러 가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10대 때 죽을고비를 넘겼다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다.
사주 관련 앱으로 사주를 봐도
"초년에 여러 가지 시련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때에 따라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경험할 수 있는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때이며 주변환경이나 본인을 둘러싼 여러 가지 요소들이 나를 고되게 하는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10대 때를 생각해 보면 중학교 1학년~3학년까지 한 명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26년이 지났지만 평생 상처로 남아 있는 학폭에 관한 이야기다.
중학교 1학년 학기 초 한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 나는 ㅇㅁㅈ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하하"
먼저 말을 걸어주며 살갑게 얘기하는 그 친구와 학기 초부터 친구 사이가 되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었지만 그 친구는 나보다 월등히 키도 크고 덩치도 엄청 컸었다.
그 친구는 점점 나를 깔보기 시작했다.
"너 태권도 1품이라며? 나 3품인데 풉"
처음엔 장난 삼아 툭툭 치던 장난이 점점 정도가 심해졌다.
소위 인천에서는 따시꿍 이라고 주먹으로 날개뼈 근처와 척추 근처 급소를 주먹이나 밤주먹으로 찌르며 때리곤 했다.
와사바리 발을 걸어 넘어트리기도 하고 그저 하루하루가 그 친구에게 맞는 날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끄응..." 하며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엔 어디 멍이 들어오던 누구한테 맞고 오든 부모님은 "친구들이랑 잘 지내라"라고만 말씀하셨지, 지금처럼 학폭위원회를 열거나 그런 시절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이름이 특이해서 너도 나도 별명을 불렀는데 그 친구가 나를 괴롭혀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맞고만 있으니 어느 순간 거의 반 전체 남자애들이 나를 놀리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나는 누구에게 화를 낸 적도 없었고 친구라고 믿었기에 그저 참고 있었던 것 같다.
여느 때와 같이 괴롭힘을 당하던 그날 그 친구가 갑자기 내 등뒤로 업히면서 목을 졸랐다.
나는 발버둥 치다가 본능적으로 업어치기를 해버렸다.
그 친구는 정색하는 표정으로 "너도 당해봐"이러면서 나를 던져버렸다.
나는 정수리부터 땅에 처박히면서 순간 기절을 했다.
눈을 떴을 때 친구들이 둘러싸서 나를 비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 "내가 여기서 참으면 나 진짜 죽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나는 훌훌 털고 일어나서 바로 그 친구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렸다.
그 친구는 쌍코피가 터지고
나는 돌려차기, 찍기 그저 얼굴만 노렸다.
그 친구는 코피 나는 코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도망갔다.
화장실 대변기 문을 잠갔지만 문을 부수고 미친 듯이 때렸다.
6개월간 매일 맞으며 아침마다 끙끙거리며 일어난 모든 울분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그 친구와의 괴롭힘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반 친구들의 놀림은 여전했다.
그 친구와 일은 그 친구와의 일일 뿐이었다.
삼삼오오 패거리가 있어서 순간 고민을 했다.
"차라리 어차피 혼자인 거 괴롭힘 안 당하는 혼자가 되는 게 낫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싸움에 대해 태권도를 다니면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태권도 선수부를 하면서 처음엔 겨루기 자체가 무섭지만 내가 무섭다고 내가 안 맞는 게 아니다.
맞으면 맞는 거고 내가 때리면 때리는 거다란 마인드가 생기면 싸움이라는 게 전혀 무섭지가 않다.
싸워서 이기느냐 지느냐 승패만이 존재했다.
이렇게 나를 놀리던 반 친구들 하나하나 싸워서 이겨나가다 보니 15명과 싸워서 이긴 것 같다.
이로서 철저히 나는 혼자가 되었다.
결코 흑화 한 게 아니었다. 내가 이 친구 들을 주먹으로 이겼다고 해서 전세가 역전이 되어 그 친구들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괴롭히거나 한 적은 없었다.
난 그저 나의 괴롭힘을 멈추고 싶었을 뿐이다.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학년당 12반이 있을 정도로 인원이 많았지만 ㅇㅁㅈ 그 친구와 또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9살 때부터 친구였던 ㅇㅎㄴ이라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지옥이 시작되었다.
ㅇㅁㅈ가 시작한 것은 폭력이 아닌 이간질과 따돌림이었다.
나는 새로 만난 우리 반 친구들과도 사귀지 못하고 ㅇㅎㄴ 이 친구도 ㅇㅁㅈ의 이간질에 넘어가서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무슨 모임이나 생일파티 같은 거에서 나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래도 1학년때 맞고 다닌 거에 비하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ㅇㅁ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철저히 혼자가 된 거?!"라고 하며 하복 교복의 왼쪽 가슴에 주머니 포켓을 부욱 잡아 뜯었다.
"왜 이렇게 까지 나한테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니
"이유 없어~ 그냥 재밌잖아 하하하"라고 했다.
정말 상종할 가치도 분노의 주먹을 날릴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또 ㅇㅁㅈ와 같은 반이 되었다.
참 기가 막힌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달라진 거라곤 초등학교 때 친구이면서 일진인 ㅈㄷㅎ이라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다.
2학년 때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도발을 해도 폭력을 쓰지 않으니 ㅇㅁㅈ는 지능적으로 또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자기는 드러머가 꿈이라며 내 의자 뒤에서 펜 두 개로 드럼을 치고 어깨를 치고 가거나 툭툭치고 가곤 했다.
나는 그때 폭풍 성장을 해서 키가 이미 179고 몸무게도 80킬로였지만 ㅇㅁㅈ는 더 거대해져 있었다.
상종할 가치도 못 느끼고 지나가던 참에 일진인 ㅈㄷㅎ이 은근히 나를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ㅈㄷㅎ이 ㅇㅁㅈ의 오른쪽 귓방망이를 펑! 때리면서 "내 친구 건들지 마. 경고야"라고 말했다.
ㅇㅁㅈ는 굽신굽신 하며 "알았어.. 알았어!" 말하며 그 이후론 전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3년간에 괴롭힘에서 자유를 찾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유일하게 주먹을 쓰던 일은 9살 때부터 친구인 ㅇㅎㄴ 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나도 ㅈㄷㅎ처럼 여러 번 해결해 주었다.
일진이고 반 짱이고 상관없었다.
내가 맞다고 생각 싸움이면 그저 밀고 나갔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드라마나 영화처럼 일이 커지지 않은 것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26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ㅇㅁㅈ 이 친구랑 무슨 원수를 졌길래 날 이렇게까지 괴롭혔을까 의문이 든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이름이 특이한 거? 축구를 좋아한 거?
청소년기의 괴롭힘 피해는 평생 상처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지금도 ㅇㅎㄴ 이 친구를 만나면
"그때 왜 그랬냐 난 너까지 나 따돌린 건 진짜 평생 상처야.. 난 그게 제일 슬펐어"라고 말하곤 한다.
ㅇㅎㄴ은 "미안해! 미안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미안해~ 미안해~"라고 말한다.
이제 내가 겪은 고통을 우리 아들 둘이 커가면서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을 당한다면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평생 상처로 남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