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프로젝트할 때의 일이다.
SI(System Integration) 개발 프로젝트를 6개월 후, SM(System Management)으로 전환하여 운영 업무를 하고 있었다.
유통 관련 전반적인 개발 관련 운영 업무였다.
같은 파트에 중급 개발자분 한분이 계셨는데 완전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 분이었다.
식사도 혼자 하고 워낙 조용한 편이라 대화할 기회도 거의 없고, 업무가 엮여있지 않아서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S급 개발자의 완벽 그 자체였다.
어느 날은 꼬깔콘 과자를 맛별로 사 와서 책상 앞에 고소한만, 군옥수수맛, 매운맛을 일렬로 깔아놓고 먹는 걸 보았다.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SI 할 때 같이 일했던 설계자 부장님 두 분과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헤어지는 시점에 부장님 한분이 "ㅅ과장 잘 지내? 잘 지켜봐"라고 하셨다.
나는 " 네?? 저랑 업무 연결된 거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하니
"흠.. 그래도 흠.." 이러고 말씀을 아끼셨다.
그때 뭔가 싸함을 느꼈다.
어느덧 그분이 계약 종료로 철수하는 날이 되었다.
그분이 대뜸 "제가.. 1년간 개발하다가 미완료하고 나가는 게 있어요... 수정할 건 많이 없을 거예요."
나는 정색하며 "1년이 나요?! 무슨 인수인계도 안 하고 설명 하나도 안 하고 당장 철수할 때 얘기하면 어떡해요!!!"라고 했다.
그분은 정적이 흐르더니 "저 사실 중급(경력 5년~9년) 아니에요.. 경력 3년밖에 안됐어요.. 그리고 다음에 가는 프로젝트는 금융 쪽이라서 다신 못 마주칠 거예요.."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뭐지.. 나는 나가니까 니 알아서 하고, 이 바닥 뜨니까 다신 볼일 없어라고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어안이 벙벙하고 있는데 바로 현업 PI(Process Innovation) 협업 담당자가 와서 나에게 해당 업무에 대해서 빨리 해내라는 식으로 요청을 한다.
일단 나는 진행 상황 파악을 하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일단 전체적으로 정리한 바는 아래와 같았다.
- 데이터 등록하여 관리하는 페이지
- 데이터를 등록하면 선택 지점에 메신저 전송, 모바일 링크 메시지 전달
- 모바일 화면에서 전자서명 후 제출 시 PDF자동 생성
- PDF생성된 파일은 해당 클라우드에 자동 업로드
하지만 아무리 봐도 페이지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파도파도 계속 나오는 빙산 위의 일각이었다.
정리를 한 상황에선 경력 3년이 1년 동안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기능들이었다는 거에 조금은 납득은 했지만, 그래도 개발자로 살면서 정직원, 프리랜서를 하고 있지만 미완료 나가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 본다.
개발 소스와 주석(설명) 조차도 복사 붙여놓기 해놔서 오류가 펑펑 나고
루프(반복문) 안 돌리고 0번째로 하드코딩(강제입력) 해놓은걸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갔다.
두 달 동안 AA (Application Architect) 공통 개발 하는 분들 협업하여 개발하고 정리를 하였다.
그 두 달 동안 그 사람에 대한 분노와 납득 사이에서 얼마나 원망을 한지 모른다.
그 사람의 이름 석자가 머릿속에 박혀 버렸다.
그리고 현재, 그 원수 같은 사람이 현재 내가 있는 프로젝트에 인터뷰(면접)를 보고 가는 것을 보았다.
여전히 S급 개발자처럼 생겼지만 원수를 만나니 소름이 돋았다.
그것도 같은 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ㅅ과장님 나 기억나요?"라고 말하니
흠칫 놀라면서 "잘.. 지내셨어요??" 하길래
"덕분에 거기서 개고생 했어요~"하면서 악수 한번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각자의 길로 갔다.
만약에 뽑히면 재미난 구경 하겠다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에 탈락한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해프닝 같지만 평소에 죄짓고 살지 말아야겠다란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