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SI(시스템 개발)을 프로젝트를 할 때의 일이다.
기존 프로젝트는 몇백 명 단위의 차세대 프로젝트 위주로 하다가
이번엔 특이하게 SM(운영, 유지보수) 성 SI 개발을 혼자 하게 되었다.
현업 요구사항이나 PO(Product Owner)의 요구사항을 SM 개발자들이 공수를 산정하여 한 달~세 달 이상 걸리는 개발건이면 SM 개발자들이 하지 않고 SI개발자를 뽑아서 개발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나 혼자 분석/설계/개발 모두 하는 업무였다.
해당 프로젝트에 9개월 동안 3~4개의 개발건에 대해 혼자서 진행을 하였다.
분석/설계를 하려면 SM개발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혼자 분석하기엔 너무나도 광범위했다.
투입 첫날 SM개발자 리더를 만났다.
회의실에서 인사를 하자마자
"이거 혼자 못하실 텐데 ㅎㅎ" 이렇게 말은 한다.
와.. 초면에 이렇게 무시하기 쉽지 않은데 특이한 사람이다란 생각을 했다.
개발을 하다 보니 여기는 SM개발자 리더가 업무를 꽉 잡고 있는 곳이었다.
여기 SM개발자들은 협력사 정직원 들인데 밑에 사람에게 막대하는 것도 많이 봤다.
첫 번째 개발건을 진행할 때 전반적인 시스템과 개발구조를 이해해야 다음 개발건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야근을 하며 1달 안에 최대한 적응하려 노력을 했다.
첫 번째 개발건을 끝내고 현업 테스트까지 완료하고 배포하기 전에 SM개발자 리뷰가 있다고 한다.
보통은 프로젝트 철수할 때 인수인계하는 절차가 있는데 여기는 개발할 때마다 운영배포 전에 SM개발자들에게 리뷰를 하고 컨펌이 안 나면 배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SM개발자 리뷰를 할 때 SM개발자 리더가 소스 한 줄 한 줄 "이건 왜 이렇게 했어요? 여긴 왜 이렇게 짰어요?"
꼬치꼬치 캐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답변을 했다.
아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못 믿는 스타일이구나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 개발건도 SM개발자 리뷰를 완료했는데도 역시나 나를 못 믿는다.
SM개발자 리더는 아래 과장급 개발자 한 명에게 로컬에서 운영 DB를 연결해서 내가 개발한 거를 하나 하다 다 체크를 하였다.
SI개발자를 무시하고 불신하고 참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 개발도 마무리 짓고 네 번째 개발을 진행하였다.
네 번째 개발건은 운영 PM(Project Manager) 님이 일정을 공수를 잘못 잡아서 2주 안에 개발을 해야 했다.
나는 분석/설계/개발 다 해야 하는데 2주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클라우드 환경이어서 야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클라우드를 접속해서 계속 개발을 했다.
네 번째 개발을 완료하고 SM개발자 리뷰를 할 때 계속 시비를 건다.
"어이구 현업이 천재여야 이 화면을 사용하겠어요~"
"책임님은 일하는 방식이 참 특이하네요~"
"소스가 납득이 안 가네요? 이해시켜 보세요."
"이거 운영 배포하면 100% 오류날것 같은데?!"
이미 첫 번째 비아냥에서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선을 넘어도 삼세번은 참는 스타일인데 이미 선을 넘었고, 점점 언성을 높인다.
나도 결국 폭발을 했다.
"내가 이렇게 분석/설계해서 개발한 건데 뭐가 납득이 안 가는데요? 그럼 분석할 때 방향을 제시해주지 그랬어요?"
"현업, PO분들한테 다 컨펌받은 화면인데 모두 사용하겠다는데 이게 이해가 안 가요?!"
"오류가 날 것 같다고요? 배포하고 오류 안나면요? 뭘 거실수 있어요? 뭐가 문제예요? 정확하게 말하세요!!"
"왜 언성을 높이세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왜 화를 내요? 왜 사람을 무시하냐고요!!!"
라고 쏟아부었다.
점점 서로 언성이 올라가고 회의실에 있던 PM님이 당황해서 회의를 중지시켰다.
나는 바로 계약 업체 이사님께 전화를 해서 "이번 개발건만 하고 나가겠습니다. 더 이상 못하겠어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네 번째 개발건 운영에 배포하고 오류 하나 없이 마무리 짓고 계약 해지를 하였다.
내가 나갈 때쯤 나를 대신할 SI개발자 여자 책임님이 오셨다.
전체적으로 업무와 시스템, 개발방법에 대해 인수인계를 해줬다.
여기서 더 어이없던 건 계약 업체 이사님이 PM님을 만나서 크로스체킹을 했다.
SM개발자 리더가 시비를 걸어서 결국 내가 터진 거에 대한 얘기를 PM님에게 직접 들었다고 한다.
계약 업체 이사님과도 신뢰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누구나 상상하던 회의 하다 뒤집어엎는 일을 내가 프리랜서이기에 가능했다.
현실은 냉혹하다. 일을 못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계약해지 되어 잘릴 수도 있는 게 프리랜서 바닥이다.
속 시원하게 엎었지만 단점도 있다.
적어도 SM개발자 리더가 여기 있는 한 다시는 여기 프로젝트를 할 수가 없다.
블랙리스트로 찍혔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런 식으로 개무시받고 일할 바에는 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도 한 회사 정직원으로 10년 넘게 있으면서 SI, SM을 하며 현재 시스템에 마스터 급이라고 자부했지만, 다른 곳 가면 자신이 우물 안에 개구리라는 걸 절실이 알 것이다.
후일담으로 여기를 나가고 1년 후쯤 규모가 큰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나를 대신해서 투입됐던 SI개발자 여자 책임님을 우연히 만났다.
"어?! 안녕하세요! 거기서 잘 버티셨나요? x책임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을 하자마자
여자 책임님이 "아 그 xx새끼 말도 마세요. 저는 살다 살다 저런 사람 처음 봤어요. 저는 3개월 만에 나왔어요"라고 했다.
뒷얘기를 들어보니 밑에 과장급도 퇴사해서 신입 키우면서 혼자 다 떠안고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새삼 "업보를 치른다"는 말이 다시금 믿게 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