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0살 대학생
여자친구와 대판 싸우고 집에 가는 중이었다.
몹시 화가 난 상태로 집에 터벅터벅 걸어가는 중 갑자기 문자가 한통 왔다.
"특기병 모집, 12월 입영가능 - 병무청"
신체검사는 이미 1급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때는 그저 화가 난 감정에 격해져 있었을 뿐인데, "에잇 군대나 가버릴까"란 생각에 집에 가자마자 홀리듯이 병무청 홈페이지를 접속해서 현재 대학 전산과니까 전산병을 지원해 버렸다.
이렇게 까맣게 잊은 상태로 한 달이 지났다.
갑자기 문자가 왔다.
"1차 합격, 2차 면접은 수원 병무청으로" 날짜도 적혀 있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수원 병무청으로 면접을 보러 갔었다.
면접관이 서류를 보더니 "자네는 고등학교 공고 건축과 나왔네? 왜 전산병 지원했어?"라고 물어보시길래
"지금은 대학은 전산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니
"어 일단 알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몰랐다. 내 주특기가 바뀌었다는 걸..
이렇게 남은 한 달, 주위에 고개만 돌렸을 뿐인데 지나가 있었다.
대학 친구들 중 여자애들은 우는 애들도 있었고, 고등학교 친구들 중엔 내가 군대를 1등으로 가게 되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진 않았지만, 기다리라고 하진 않았다.
입대 전날 고등학교 친구 들고 술을 퍼마시고, 노래방 가서 친구들이 김광석 형님의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주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노랜지 몰랐다.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이 스며들었다.
아직도 입대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이 기억난다.
버즈 - 어쩌면, 故휘성-다시 만난 날이었다.
정말 입대가 코앞으로 와있었다.
입대 당일, 하늘도 무심하시지 15년 만에 폭설이 내려서, 부모님과 함께 논산 가는 기차를 탔다.
논산 훈련소 앞에서 정말 맛없는 갈비탕을 먹고, 마음이 너무 초초해서 그런지 부모님과 있을 때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갈비탕을 허겁지겁 먹고 앞에 나가 있겠다고 말씀드리고 식당 앞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과 논산 훈련소 안으로 들어갔다.
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수백 명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이크를 통해 방송이 나왔다. "입소자들 앞으로"
나는 부모님께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연병장 앞으로 나가서 줄을 섰다.
줄을 서있는 동안에 부모님에게만 시선이 갔다.
마지막에 줄을 맞춰서 건물 뒤편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들어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손을 흔들었는데, 어머니께서 손을 흔들며 아버지 품에서 우시는 장면을 보았다.
순간 눈물이 왈칵 났지만, 내가 지원해서 들어간 군대이기 때문에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수백 명이 건물 뒤편으로 다 들어왔다.
갑자기 욕설과 발차기가 난무한다.
조교? 훈육분대장? 군인들이 정강이를 발로 차거나, 날아 차기가 날아오고 사람들 뒤통수를 후리기 시작했다.
"이 ㄱㅅㄲ 들아!! 귓구멍에 x 박았어?! 줄 똑바로 안서?!"
말을 안 듣거나 행동이 느린 사람에게 욕설과 구타가 날아왔다.
나는 다시 한번 현실을 자각하였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