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프로젝트인지 일곱 번째 프로젝트인지 프리랜서 개발자로 계속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몇 번째를 기억하는 게 이젠 의미가 없어졌다.
몇 번째를 기억하기 대신 투입되었던 대기업명만 기억에 남았다.
1년 계약했다가 협업에서 더 이상 추가 프로젝트를 할 비용이 없다고 3달 만에 잘린 프로젝트에서 있던 일이다.
소위 땜빵 프로젝트를 가게 되었다.
땜빵 프로젝트라고 하면 기존 개발자들이 중간에 잘리거나 나가게 되어 남은 기간 동안 땜빵 역할로 가는 경우였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땜빵이지만 1년 동안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1년을 보내기 위해 갔었다.
군대와 같이 혼자 투입되던 날 나는 차장급 특정 업무 메인 개발자로 가게 되었고 인력 구조는,
수행사 PM(Project Manager) 선임
협력사 정직원 PL(Project Leader) 부장
공통 아키텍처 부장(프리랜서)
메인 업무 차장(프리랜서)
메인 업무 본인(프리랜서)
과장 두 명(프리랜서)
대리 네 명(SI 정직원)
쿼리 변환 아르바이트생 1명이었다.
200~300명 넘는 차세대 프로젝트도 아니었고 특정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였다.
고도화 프로젝트란 기존 쓰고 있는 시스템에서 현업의 추가 요구 사항을 현업 PI(Project innovation)가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메인 설계는 총괄 PL님이 하셨고 나는 DB(DataBase) 설계와 개발을 담당했다.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언제나 일정이 빠듯하고 맞춰달라고 하여 일주일에 두세 번 야근을 할 정도의 강도였다.
다만 과장 두 명이 나보다 한살이 많았는데 내가 차장으로 들어오니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밥은 같이 먹지만 나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경력을 물어보니 12년 정도 되었다고 하고, 과장 둘이서 계속 프로젝트를 같이 다니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사회생활을 24살부터 해서 경력이 내가 3년 더 많았다.
은근히 따돌리는 느낌이었지만 난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프리랜서가 혼자 투입돼서 알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과장들에게 물어볼 일도 없었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대리 중에 송대리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내 옆자리였고, 내가 야근을 할 때 송대리도 항상 야근을 했다.
뭔가 개발을 완료하면 매일 PL님에게 불려 가서 혼나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날 점심 식사를 하는데 과장님 한분이 송대리를 언급하였다.
"송대리 저 친구는 개발하면 안 될 사람 같던데, 저번에 소스를 한번 봤는데 진짜 최악이네요"라고 했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대리급이라 개발 난이도도 높지 않을 텐데 일주일에 두세 번 열심히 야근하는 친구인데 뭐가 문제지?"란 의문이 들었다.
노력은 하는데 결과가 안 좋다는 건 조언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걸, 나는 정직원 때 뼈저리게 느꼈었다.
10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나를 포함 신입 5명이 과장급까지 올라오면서, 경력 1~2년 되었을 때 실력이 평준화되면서 물어볼 사람도 없고 멘땅에 헤딩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의 내가 생각나면서 조금이라도 조언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야근을 하는 타이밍에 송대리도 야근하고 있어서 바로 옆자리기도 하고 바로 물어봤다.
"송대리님 대리님이 만든 화면 파일명 좀 하나 메신저로 줘봐요" 하고
소스를 쭉 보다 보니 화면이 돌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이 소스 저 소스 막 붙여놓은 상태였다.
"오케이 소스는 알겠고 지금 뭐가 문제예요? 왜 야근해요? 물어봐요~ 알려줄게요"라고 하고 문제 되는 부분에 대해서 소스를 봐주었다.
소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특정 소스만 복사해서 여기저기 붙여 넣기 하면서 계속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침착해요. 알려주려고 하는 거니까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해요"라고 말하니
송대리는 "모르겠습니다.. 과장님들 소스를 계속 봐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일단 소스 구조, Spring Framework, Grid, DB Query에 대해
글로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알려주고 일지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옆에서 아무리 말로 떠들어봤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글을 적으면서 설명해 주고 정리된 글을 주고 계속 보면서 처음엔 그려려니 생각하고 하면서 이해를 하면 된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일지는 말 그대로 내가 개발하는 건에 대한 할 일을 정리해 놓고 하나하나씩 완료 표시를 하라고 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명 - 2025.07.07==================
* 리스트 개발 건, 2025.07.07~2025.07.09
- 리스트 쿼리, insert 쿼리, update쿼리, delete쿼리 작성
- spring관련 소스 추가(Controller, Service, Repository, mybatis)
- 리스트 개발, 스크립트 작성
- Grid 개발
- 리스트 페이징, 검색조건 검색 잘 되는지
- 행 추가, 수정 시 유효성 체크, 중복체크
- 삭제 시 키값 배열 잘 받아오는지
- db transaction
할 일을 정했다면 완료한 부분에 대해 완료 처리만 하면 된다.
==================프로젝트 명 - 2025.07.08==================
* 리스트 개발 건, 2025.07.07~2025.07.09
- 리스트 쿼리, insert 쿼리, update쿼리, delete쿼리 작성 / ok
- spring관련 소스 추가(Controller, Service, Repository, mybatis) / ok
- 리스트 개발, 스크립트 작성 / ok
- Grid 개발 / ok
- 리스트 페이징, 검색조건 검색 잘 되는지 / ok
- 행 추가, 수정 시 유효성 체크, 중복체크
- 삭제 시 키값 배열 잘 받아오는지
- db transaction
나만 보기 때문에 자세하게 정리할 필요도 없다.
복잡한 개발건이면 세세하게 기재하지만 그것 또한 내 자유다.
가끔 안 풀리면 욕을 한 바가지를 적어도 상관없다.
만약 당일에 다 하고 싶었지만 못한 부분이 있다면 내일 할 일에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놓으면 된다.
ok 해놓은 부분도 포함, 그대로 옮겨야 실수할 여지가 없다.
글로 정리해서 알려준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송대리는 다음날부터 180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슬쩍 보면 내가 알려준 대로 일지를 쓰고 내가 정리한 글을 계속 띄워놓고 개발하는 모습을 보았다.
송대리가 개발완료하고 처음으로 PL님에게 칭찬을 들었다.
"이야~ 송대리 웬일이야!! 지적할 게 하나도 없어!! 이야 다 같이 박수!!'
뿌듯해하는 송대리 표정을 보니 알려준 것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송대리가 개발하면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 너무 시간을 소비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해 주었다.
물어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감당이 안될 것 같거나 반나절 시간을 소비했으면 다른 부분 다 해놓고 물어봐도 된다.
고개 한번 숙이고 들어가서 배우고 내 거로 만들면 절대 손해가 아니다.
방향성과 멘털 잡는 부분도 계속 알려주었다.
가끔 PM님이 금요일 사정이 있어서 일찍 퇴근하게 되면 PM님이
"제가 사정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 다른 분들도 급한 거 없으시면 일찍 퇴근하세요."라고 말해주었다.
오후 1시쯤 끝나면 5시까지 삼삼오오 술자리를 가졌다.
송대리와도 자주 술을 마셨다.
송대리가 "사실 저 대리도 아니고 국비지원학원 나와서 첫 프로젝트입니다. 이렇게 조언해 주신 분이 차장님이 처음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알고 보니 SI업체 정직원으로 입사해서 아무 경력도 없이 경력 3년으로 경력 뻥튀기로 대리급으로 첫 프로젝트 투입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개발하라고 하니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나 정직원 1년 때 고작 리스트 하나 개발했었어~ 송대리가 훌륭한 거야~"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렇게 짧지만 3달이 지난 시점에서 고도화 프로젝트는 마무리를 잘하고 현업이 다음 프로젝트 계획이 없다고 하여 본의 아니게 다 같이 철수하게 되었다.
송대리와는 여전히 연락을 유지하였고, 최근 근황을 들어보니 회사로 복귀해서 여기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관련 개발에 대해 다른 정직원들에게 콘퍼런스를 진행하였는데 동료들이 설명을 너무 잘해준다고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멘땅에 헤딩해서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다.
나는 그저 간단히 알려줬을 뿐, 노력한 건 송대리 자신이었다.
송대리는 동료들을 알려주고 칭찬을 받은 뿌듯함에 자극을 받았는지, 희열을 느꼈는지, 기존 회사를 퇴사를 하고 학원 강사 쪽을 알아보고 있고 잘 풀리면 부트캠프 강사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의 길에서 강사의 길로 전환점을 찍은 송대리를 계속 응원하고 있다.
이상하게 도와주고 싶었던 친구가 새로운 세상에서 바라는 대로 잘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