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걸

by 바라 봄

2주 동안 글쓰기를 멈추고, 나의 구독자 작가님들 나의 관심작가님들의 글을 계속 읽어보았다. 회사 출근 퇴근할 때도 읽고 평소에 아이들을 재우고 글 쓰던 시간에도 글을 읽었다. 많은 글을 읽으면서 글이 마치 사람같이 결이 다르단 걸 느꼈다. 글에 단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고, 작가님의 묘한 세상이 담겨있는 것 같은 글도 보였다. 50대의 중년 남성의 삶에 대한 깊은 글도 보이고, 육아를 하면서 출간 작가로 성공하신 작가님의 글도 보였다. 아이 교육에 진심인 아빠로서의 글, 색깔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님도 보였고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옆에 서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묘사와 상황 전달이 잘되는 것 같았다. 관심작가님들의 글마다 존경심과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견고함을 느꼈다.


무작정 작가님들의 첫 글부터 읽어 내려가며 라이킷을 누르는 거 보단 현재의 내 상황에서 특정 작가님이 생각이 날 때 들어가서 글을 보기로 했다. 한마디로 아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작 글 50개를 적고 휴식을 한다느니 현타가 왔다느니 떠들어 댔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어느 작가님은 500개가 넘는 글을 쓰신 작가님도 계시고, 어느 작가님은 하루에 글을 3개를 발행하시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정성과 진심이 보였다.




프리랜서 개발자는 참 외로운 직업이다. 군대처럼 혼자 프로젝트를 투입돼서 내 몸과 시간을 태워 일을 하고 혼자 철수한다. 혼자 투입되어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면서 대화가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한두 명을 사귀면 그래도 다행이다. 예전에 SM(운영, 유지보수) 성 SI(시스템 개발)로 운영하는 곳에 SI를 하러 나 혼자 투입된 적이 있다. 내가 투입되기 전 SI개발자들이 개발을 개판으로 하고 철수를 해서 SM개발자들이 개고생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SM개발자들이 편견이 생겼는지 내가 SI개발자로 들어왔을 때 아무도 날 좋게 보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는 나는 내 일만 하면 되니까, 원래 마이웨이 기질이 있으니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개발일정에 맞게 개발만 하다가 한 달, 두 달 지나고 딱 인식을 하는 순간 우울감과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도 그 순간을 인식하고 나서 소통을 할 창구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퀴즈 프로그램을 보는데 블라인드 앱 대표님이 나왔다. 별생각 없이 보다 보니 프리랜서도 블라인드 이용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 회사 이메일로 가입신청을 했는데 가입이 되었다. 정직원 직장인들만 이용하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상황에서 타이밍 절묘하게 블라인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명은 "대기업명+협력사"라고 표기가 되었다. 내가 앉은자리도 뒤에 벽이고 기둥 옆이었어서 사람들 눈치도 안 보고 블라인드를 시작했다. 글이나 댓글에 좋아요 300개가 넘으면 그다음 달 MVP 배지도 받을 정도로 우울하고 외로울 때 열심히 댓글을 달았다. 물론 개발일정은 다 지키며 했었다.




어느 때와 같이 아들 둘을 재우고 12시가 넘어서 유튜브에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브런치 스토리 작가신청 승인 노하우"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는 이미 알고 있었고 거의 3년간 10번 이상은 떨어진 상태였다. 영상의 핵심은 작가가 된다면 나만이 겪은 이야기에 대해 서술하고 강력하게 어필하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뭔가 홀리듯이 새벽에 열심히 글을 적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첫 프로젝트를 나갔을 때의 나도 처음 겪는 일들에 대해서 투입되었을 때부터 철수했을 때까지의 글 하나만 쓰고 작가신청을 넣었다. 글 3~5개는 적어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이상하게 글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았다. 이렇게 2024년 9월 작가 승인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외로움을 극복할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열심히 하면 마치 뭐가 될 것 같이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3달 동안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블라인드는 가끔 개발자들이 글을 쓰는 IT 라운지만 보고, 이젠 브런치스토리만 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평소 블로그를 할 때의 말버릇처럼 "~거였다." "~했다는 거다" 이런 안 좋은 습관들을 고치게 되었다. 나만이 겪은 이야기를 다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글이 없었다. 그 후에 정말 단순하게 접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섯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가끔 나를 구독하는 구독자 분들이 생겼다. 이상하면서도 신기했다. "글을 계속 올리는 작가도 아닌데 구독을 왜 하는 거지?" 그동안 구독자 분들이 구독 취소를 했다면 "그럼 그렇지" 하고 넘겼을 텐데 아무도 구독취소를 안 했다. 그러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아내가 속상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 나도 너무 속상한데 어디에 얘기할 사람도 없고 정말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문득 브런치 스토리가 생각났다. 어린 신부였던 아내가 아이 때문에 속상해서 울었던 글을 써 내려갔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조회수는 1600이 넘었다. 그때부터 내 일상, 육아, 직업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글감에 예민했던 시기도 잠시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나서 많은 걸 느꼈다. 진심으로 써 내려간 글을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글을 읽는 거보다 글을 쓰는 게 나에겐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즐거웠던 소재가 생기면 적어볼까?"란 생각을 해보았지만 현실은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다. 이제는 글감을 생각하기보단 문득 스치는 생각들을 메모를 해서 가볍게 글을 쓰고 싶다. 내 외로움을 치유해 준 글쓰기가 본능적으로 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걸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이제는 삶, 육아, 교육에 대해 생각날 때 나의 관심 작가님들 글들을 아껴서 하나하나 보면서 나의 이야기도 다시 써보고 싶어졌다. 새벽에 몇 시간 못 자고 글을 써서 피곤해도 글을 쓰고 침대에 누웠을 때의 그 편안함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불이 포근한가 아니다. 내 마음이 포근해졌다. 글을 쓰자, 나답게 날 위해 그리고 진심으로 진정성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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