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쓴 지 어느덧 세 달이나 흘러버렸다.
본업무도 아닌 아예 모르는 업무를 특정 대기업 담당자로 내가 지정되어, 세 달짜리 큰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론 무사히 잘 끝냈지만 지난 세 달은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 기존에 내가 하던 개발이 아닌 특정 프로그램 툴로 셋업, 운영해야 해서 더 답답하고 그저 맨땅에 헤딩하듯 계속 보고 계속 파고들면서 내가 먼저 해야 할 일, 현업과 조율할 사항을 계속 정리하고 밤 10시에 퇴근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집에 도착하면 저녁 먹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하루하루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기분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여보.. 하루하루 폭싹 늙고 있는 것 같아."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저번주 18일에 잘 마무리되어 마음이 너무 홀가분하고 드디어 다시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이렇게 큰 시련이 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중소기업 정직원으로 있을 때 12명이 하던 업무를 나 혼자 3년 동안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월말이 제일 바쁜 날이어서 업무가 몰리면 정신없이 일을 했었다.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가슴이 답답하고 손이 덜덜 떨리고 구석에 처박혀 앉아있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공황장애를 겪었던 친구에게 나의 증상을 얘기하니 나도 공황장애 일수도 있으니 여러 번 반복되면 병원을 꼭 가라고 했었다. 11년간 다닌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간 자격증 공부하며 가족들과 여행 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져서 그런지 그런 증상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전향하면서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일을 할 때 프로젝트 거의 막바지 기간에 PDF리포트 생성하는 작업을 하는데 프로그램이 너무 무거워서 수시로 저장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멈춰 버렸었다. 당장 내일까지 해야 하는데 수시로 저장하다가 잠시 저장 안 한 상태로 좀 더 진행하다 보면 프로그램이 멈춰 버렸다. 혼자 야근하면서 꾹 참고 하다가 프로그램이 네 번째 멈춰서 튕겼을 때, 자리를 박차고 건물 옥상 위로 올라가서 고래고래 함성을 치고 답답함이 좀 진정되고 어차피 오늘 중으로 해야 하는 일이니 계속 일을 진행했다. 작업을 끝내는 동안 여덟 번이나 멈췄지만 작업을 완료하였다.
일곱 번째 프로젝트에서 제일 어려운 회계전표 생성 쪽 개발을 했었다. 그 당시 디자인/그리드 툴을 넥사크로를 사용하였는데 4주 동안 개발을 하고 마지막으로 저장을 눌렀는데 갑자기 오류가 나면서 넥사크로 파일이 날아가 버렸다. 원인을 찾아보니 원래 넥사크로 파일을 저장하면 파일 몇 개가 자동 생성이 되는데 C드라이브에 용량이 없어서 저장 오류가 나면서 파일이 날아가 버렸다. C드라이브에 불필요한 파일들, 로그 파일들을 삭제해서 용량을 확보하고 날아간 멘털을 부여잡고 3일 만에 복구를 했다.
항상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도 가끔 생각했었다. 신의 장난 같기도 하고 나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올해도 10월이 오는 것이 사실 두려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현업 세명과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였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계속 보고 또 보고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모르는 일이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10월을 맞이했다. 우연히 동기부여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왜 하필 나야?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거야!" 할 때 "좋아, 덤벼! 난 무조건 이겨낼 수 있어"라는 마인드가 엄청나게 큰 힘이 된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 또한 "좋아, 덤벼"란 말을 속으로 계속 되뇌면서 일을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홀가분 함도 잠시 내년 2월에 롤오프(프로젝트/업무 종료 및 이탈) 하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 곧 짤릴예정이다. 여태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으로 나가게 되는 건 두 번째인데, 상관없다.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계약, 계약 종료는 흔한 일이다.
올해도 난 최선을 다 했고 올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남은 두 달 끝맺음 잘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구할 생각이다.
나의 글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