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 대대신병

by 바라 봄

저번주 인스타에 군대 3달 후임이었던 친구가 나를 팔로워 했다. 사실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형이지만 나에겐 그저 후임이었던 친구, 20년이나 지났는데도 팔로워 해주니 기억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군대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라는 느낌이 들어서 20년도 더 지난 군대이야기를 먼저 작성할 예정이다. 다시 20년 전 그날로 이동!




여단 의무대에서 나를 포함한 열다섯 명 정도가 앉아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 의무대 문을 열면 이름을 부르고 한 명 한 명씩 데리고 나갔다. "난 전산병 지원을 했다. 포병측지라니 포병측지가 뭐지?!"라는 생각만 계속 맴돌고 있는 와중에 문이 열리고, 키 작고 동글동글한 안경을 쓴 계급이 하사인 부사관 간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네! 이병 xxx!" 대답을 하고 큰 더블백을 매고 따라나섰다.


그 부사관님은 정색하며 나를 보며 "하~ 이 새끼 진짜 말 안 듣게 생겼네~" 하며 갑자기 똑바로 걸으라고 막 갈구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속으로 "뭐지 왜 생긴 거 가지고 뭐라 하지?! 뭐 하는 사람이지?"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지나고 보니 나의 군생활에서 그저 빛이었던 인사기록관님이셨다.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대대 인사과에 도착해서 소파에 각을 잡고 앉아 있었다. 처음 본 인사과는 대위 계급의 장교 한분과 상사 계급의 부사관, 그리고 나를 인솔했던 하사 계급의 부사관이 있었다. 장교분에게 서류를 주면서 "말 더럽게 안 듣게 생긴 놈이 왔습니다." 노란 종이를 살펴보더니 "야 너 컴퓨터 자격증 좀 있네?!"라고 말을 해서 나도 마치 하소연하듯이 "올해 특기병으로 전산병 지원을 했는데 포병측지로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장교는 "음.. 그건 고등학교 건축과 나와서 그럴 거야"라고 얘기했다. 지난 일을 적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도 어지간히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이등병 따위가 대위한테 당당하게 불만 섞인 투로 얘기하는 그 무개념.. 하하하 그러더니 의미 심장하게 "쭈가 가니 다른 쭈가 왔네 허허"라는 말을 했다. 나는 성이 주 씨이고 최근에 성이 주 씨인 사람이 전역을 했나 보다 예상을 했다.




대대신병은 중대 배치가 되기 전 상태를 말한다. 대대장님에게 전입 신고를 하고 나서 대대장님이 정해주는 중대가 확정이 되면 해당 중대로 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는 포병이라 중대라고 안 하고 포대라고 한다. 보통은 하루 정도만 본부에서 재우고 다음날 대대장 전입신고를 한다. 만약 금요일에 대대신병이 오면 인사과 계원이 주말 동안 대대신병을 데리고 있어야 한다.


인사과에 계속 앉아 있는데 인사과 간부 셋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모든 게 처음이니 나는 별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일과가 끝나고 인사과 계원을 졸졸 따라다니며 식사도 하고 샤워도 하고 취침점호를 하고 자고 있는데 새벽에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를 툭툭 치면서 깨웠다. 인상이 참 푸근하게 생긴 병장이 나를 데리고 인사과로 올라갔다. "나도 인사과 계원인데 내가 곧 전역인데 아직 부사수가 없어~"라며 운을 띄우며 말을 시작했다. "타자는 몇 타 쳐? 내가 널 빼낼 수 있다." 이러면서 나는 마치 홀리듯이 "네 할 수 있습니다. 네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병장님과 아침을 먹으러 갔다.


다들 날 죽일듯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본부소대 병장이 막 욕을 퍼부었다. 생각을 해보니 아!! 새벽에 나오면서 침구류를 개질 않았다.. 대대신병이 침구류도 안 개고 사라졌다고 소문이 나면서 이미 폐급 쓰레기 신병이 되어 버렸다.. 자대배치도 받기 전부터 내 군생활은 제대로 꼬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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