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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Oct 10. 2021

당신의 우울도 안아줄게. 어짜피 난 우울하니까.

 

8월에 아주 개인적인 일이 있었다. 아주 개인적인.

차마 이 이야기는 온라인에 꺼내 놓기가 어렵다. 


어쨋든 결론부터 말하면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조울증 등 정신과에서 진단내리고 

실비 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심리 질환을 진단받았다.

흔히들 F코드들이라고 지칭하더라. 

 

아침, 저녁으로 동그라미, 네모, 반달 모양의, 모양만 귀여운 약을 먹고

잠들지 않는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어둠을 보낸다. 

아마 몇개월은 더 약을 먹어야할테고 어쩌면 더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감정은 날씨와도 같다는데 나는 지금 장마 우기철인 듯 하다. 

각종 불안감과 감정기복이 밀어넘쳐 우울이 흘러버릴 때 나는 주저 앉아 울기도 하고 숨을 못쉬기도 하다. 

마치 햇빛이 슬쩍 나오기는 하지만 천둥, 번개, 가끔은 폭풍우가 몰아쳐버리는 날들의 연속이다. 


우울. 공황. 조울, 불안, 


나는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싶다가도

나만 그런 게 아닐텐데.하고 또 운다. 아주 울보가 되었다.

그러다 그냥 이렇게 살기로 생각한다. 


우울, 공황, 조울, 불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딘가 망가졌을지 모른다. 

아니면 망할 포털의 알고리즘을 따라 들어왔던지, 그렇다면 나와 더 유사한 날씨 아래 있겠다 싶다.

망가지지 않았다면 축복받은 삶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나처럼 우울하겠지 하고 상상해본다. 


그래서 당신의 우울도 안아주기로 했다. 나는 어짜피 우울하니까. 

그러면 덜 우울해지기보다는 어짜피 끝없는 우울이라면 바다처럼 모두를 안아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안기기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찰나라도 당신의 우울을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위안을, 

그리고 안정감을 느껴으면 좋겠다. 당신의 우울을 묻지 않겠다. 


단지 토닥여줄게요. 물론 나도 나를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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