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하게 살아남으려는 노력
우울이 나를 잠식해 모든 행위의 의미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저 누워 숨만 쉬고 싶다. 혹은 잠만 자고 싶다.
그러다 눈을 뜨면 5년 뒤, 33살이 아닌 38살로
혹은 10년뒤인 43살이 되어버리면 좋겠다며 혼자 중얼거린다.
마음이 방전된 상태에서 나는 죽고싶다고 하기엔
죽는 일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걸 알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때아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우울증 약을 먹고 자기 최면을 한다.
겨우 일어나 몸을 일으킨 후, 컴퓨터 모니터에 덕지 덕지 붙여놓은
마음을 되잡는 글들을 읽어본다.
마음이 불안할 때 몸을 움직이거나 공부하자.
좋은 음악을 듣자.지금만 생각하자.
나를 잃지 말자.
웃고 행복할 것.
중요한 것 소중한 것에 집중할 것 .
사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방법으로 쓴 글들은 아니다.
지금 닥친 이 무기력함과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당장을 위한 글들이다.
포스트잇의 세계 속 나는 절박하게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삐져나오는 눈물에 담긴 허망함은 감추기 힘들지만 나는 안다.
이 포스트잇의 세계가 말하는 곳을, 이 작은 종이 쪼가리가 의미하는 바를.
그러니 버텨내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내가 먹고 있는 이 조그마한 알약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우울이란 녀석도 잊혀질 것을. 괜찮아질 것이다. 되뇌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