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줄인다는 건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줄 꽃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남자 친구는 평소라면 근처도 가지 않을 꽃집에 가서 꽃다발에 한껏 웃을 그녀의 미소를 상상하며 이 꽃과 저 꽃의 조합을 고민하고 어색함을 참아낸다. 한아름 꽃다발, 아니 꽃 한 송이라도 두 손에 담은 여자는 남자 친구가 헤맨 그 시간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결과보단 그 과정에 매력이 있다는 점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결과보단 과정이 더 매력적인 사랑스러운 시간들
매일 먹는 식사 시간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도 그러하다. 특히나 포장, 배달 음식일 때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마땅히 나올 수밖에 없다. 맛있게 먹고 난 후라도 그 플라스틱 용기에 남이 있는 비닐 조각은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 영 꺼림칙하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이 그 날인가 보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떡볶이와 일회용 용기가 너풀거리는 그런 날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맛있는 떡볶이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꽃을 고르는 남자 친구처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어색한 사고의 과정을 가쳐 떡볶이를 두 손에 들기로 했다.
일단 익숙했던 배달 어플을 끄고 직접 떡볶이 가게에 가기로 했다. 배달 어플로 주문하면 몸은 편하지만 떡볶이와 함께 딸려오는 쓰레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고선 떡볶이가 먹고 싶어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머릿속엔 매콤한 떡볶이의 향이 벌써 가득 찼다. 사실, 이때만 해도 다회용 용기와 용기를 담을 천가방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가 아파트 계단으로 내려갈 때 '아, 떡볶이를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면 또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겠다' 생각했다. 그리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포장음식을 다회용 용기에 담아온다는 생각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이쿠'하고 웃다가 천장에 손을 뻗어 유리 용기 두 개를 천가방에 담았다.
유리 용기에 뜨끈한 어묵 국물과 매콥짭쪼름한 떡볶이를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탱탱해진 손잡이를 통해 전달되는 묵직한 이 만족감은 딴지 떡볶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게를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데에 15분 정도가 소요되었음에도 어묵 국물은 여전히 따끈했고 떡볶이 국물은 자작했다. 유리 용기에 담았으니 자궁 근종을 유발할 수 있는 프탈레이트, 기타 환경 호르몬 걱정도 덜었다.
사실, 먹고 난 후가 더 감동이었다. 비닐을 다시 벗겨내고 일회용 용기를 씻고 분리수거할 필요 없이 먹고 난 그릇을 씻겨내면 그만이니까 일이 오히려 더 간단해졌다. 쓸모 있는 유리 용기와 천가방. 이 덕분에 맛있는 떡볶이를 더 맛있게 먹은 하루였다.
맛있는 떡볶이를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