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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Aug 26. 2019

플라스틱 제로, 가능할까?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기는 단언컨대 불가능하니까

타닥 타악. 키보드를 하나씩 눌러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짓다 지우길 반복했다. 

이처럼 종이장 같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쌓아 올리다가도 흐트러뜨리기를 반복했다. 


플라스틱 제로 프로젝트


마침표는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10글자를 키보드로 치기에는 매우 쉬웠으나 글자 속을 채우는 실천은 매우 어려웠다.


성인 주먹만 한 자궁 안에 아기 주먹만 한 자궁 근종이 숨 쉬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물 빠진 해변에서 서서히 파도가 밀려온 듯 결점이 없어 보이는 투명하고 튼튼한 플라스틱 물건들의 속내에 젖어 들어갔다. 유일한 연관 관계는 아니지만 내 몸에 기생하듯 살아가는 원인 불명의 근종은 이것들이 생산되고 소멸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물질들로 인해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실에서 발을 편히 뻗기도 전에 종아리를 스치는 가전제품은 물론 친환경이라고 인증받은 생필품, 예컨대 치약과 세재 등도 결국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데다 우편물에도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다. 마치 사건이 벌어진지 오래된 상황을 나만 몰랐다는 듯이.


내가 걸치고 있는 옷도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것이고 신발도 플라스틱 합성 제품이다. 그렇다고 친환경 패키지에 포장되어 있는 생필품들로만 구매할 수 있는 실정은 더욱 아니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패키지에 포장되어 있지 않은 치약은 찾을 수도 없었고 밀가루와 베이킹 소다로 설거지를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의 작가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처럼 주변에 생분해 비닐로 포장된 뮤즐리를 구매하거나 주변 목장으로 가서 우유를 구입할 여력이 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아, 이 썩지도 않는 것들을 모두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환경오염이 원인,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 호르몬의 원인은 파악하기 용이했으나 이 연결 고리를 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익숙했던 일상의 생활 방식을 조각조각 뜯어내고 갈기갈기 분해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웠다. 편리한 것들에 익숙해져 그 익숙한 것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그랬다.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은 무모한 실패, 실패, 실패



보시다시피 쉽게 말하면 창대했던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은 무모한 실패, 실패, 실패다. 아직까지는.

나의 믿음에는 의지만 있었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으니 안일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겠다. 그리곤 애매하게 몇 개월이 흘렀다. <플라스틱 제로 프로젝트>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현실적 실천 방법과 과정이 고려되지 않은 결과는 허튼 망상이었으며 일종의 결벽증이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집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제로'


아, 답을 찾은 것 같았다. 먼지 한 톨 허락지 않으려는 불가능에 가까운 마음이 문제였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본질에는 점점 멀어지고 '제로'라는 단어에 마음이 수렴했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지'

자기 합리화, 타협이라고 누군가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한다면 당황스럽겠지만 웃으면서 말해보리라. 


'맞아요.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죠'

자그마치 400만 년이란 시간 동안 인류의 조상이라는 작은 영장류가 하늘을 날고 우주를 탐험하는 동안 플라스틱이 사용된 것은 고작 100년뿐이니, 최신 버전이자 현재도 진화하는 인간이라면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않은가. 눈 앞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하는 건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데에는 500년 이상이 걸린다. 그렇게 지금도 수명을 다한 플라스틱과 폐기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으로 보내지고 묻히고 있었다. 그것들은 나무가 숲이 되고 숲이 사라지고 시대가 변해도 그 자리에서 멈춘 채 썩지 않고 썩어갈 것이었다. 플라스틱과 폐기물들의 살점은 떨어지고 부서져 어떻게든 바깥세상을 보겠다며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고 물고기가 되고 새가 되고 인간이 되어 갔다. 1인당 섭취 미세 플라스틱이 매주 신용 카드 1개 분량을 먹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자연이 보여주는 순환구조는 일직선이 아니었다.


책임감 있는 삶이 어른의 방법이라고 나는 단언컨대 주장한다. 그러니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말자고, 플라스틱인 인생에서 아웃시키자고 말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하루, 플라스틱을 하나라도 덜 쓰고 잘 써보자'는 접근을 시도하려 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변할까'

합리적인 의심이 낳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비판과 비난이다. 나 역시도 고민한 부분이니 말이다. 이렇듯 스스로도 의심하는 프로젝트에 다른 사람들은 동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일부는 비판의 잣대를 들이밀 수도 있겠지. 



완벽하지 않다고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니까



뭐 어떤가. 내가 좋다고 하는 프로젝트인 데다 누군가도 이 마음에 동조할지. 완벽하지 않다고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일단은 시작해본다. 매일, 적어도 하나, 플라스틱 덜 쓰고 잘 쓰는 프로젝트


플라스틱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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