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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pago Mar 28. 2017

싱가포르 화폐에 보이는 리관유의 사회 통합 정책

싱가포르 - 달러 Dollar

한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해외 지도자들 중 하나는 바로 싱가포르의 옛 총리 리콴유이다. 리콴유는 “한국을 번영시키겠다는 박정희의 강한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와 같은 발언을 했으며, 한국의 보수층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리콴유와 박정희가 자주 비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두 지도자 모두 강력하게 반공 정책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박정희와 리콴유는 모두 강력한 권력으로 자국의 경제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두 지도자의 업적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각자가 고민했던 문제들은 조금씩 달랐다. 박정희는 분단된 나라의 대통령이었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안보 문제가 존재했다. 반면 리콴유의 경우, 싱가포르는 분단국가가 아니었으므로 안보 차원에서는 다소 안심할 수 있었으나 또 다른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바로 사회 통합 문제였다.

싱가포르는 본래 말레이 민족이 살고 있던 영토에 속한 섬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에서 많은 사람을 이 지역으로 끌고 왔다. 당시 말레이 지역에 인도계와 중국계 이민자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인구 구성이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역의 허브 역할을 했던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계 인구가 다수를 구성했고, 말레이 인구는 소수가 됐다. 말레이 술탄국들은 1957년에 연방제로 통일을 한 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1963년에는 다른 말레이 식민지들과 연방을 하려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실패가 있었다. 바로 싱가포르였다.  

1964년 싱가포르에서 일어난 반무슬림 폭동 이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중앙 정부 사이에는 골이 깊었던 민족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했다. 리콴유는 중국계가 대다수인 지역에서 독립 했지만, 그 땅은 정통적으로 말레이 민족들의 영토였다. 게다가 북쪽에는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남쪽에는 인도네시아가 있었다. 중국계인 리콴유는 중국계 자국민의 민족주의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면서도 말레이 정체성을 가진 국민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치 양날의 칼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리콴유는 국내 정치를 아주 예민하게 관리해 나갔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중국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국가 기관들을 살펴보면 말레이적인 특징들이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리콴유의 포용 정책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싱가포르의 화폐이다.

1999년부터 모든 싱가포르 화폐의 앞면에는 말레이계인 유솝 빈 이스학(Yusof bin Ishak)의 초상화가 실리고 있다. 유솝 빈 이스학은 리콴유의 친구이자, 싱가포르의 초대 대통령이었다. 이러한 화폐 디자인 정책으로 리콴유는 말레이계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해소시킬 뿐 아니라, 동시에 자신이 독재자가 아니었다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이것은 마치 박정희가 정권을 잡자마자 자신의 얼굴을 화폐에 담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달리, 위인들의 초상화를 실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권을 차지한 후 화폐에 자신의 초상화를 실었던 감비아의 야흐야 자메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보카사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확실하다.

다시 싱가포르 이야기로 돌아가지면, 싱가포르 화폐에는 4개 언어로 ‘싱가포르’가 쓰여져 있다. 중국어, 영어, 말레이어 그리고 타밀어이다. 이 4개 언어는 싱가포르의 공용어(official language)이다. 다만, 그 중 말레이어는 국어(national language)이다. 모든 화폐의 왼쪽 위에 두 마리 사자로 된 싱가포르 국장이 보인다. 국장에는 ‘유일신이 싱가포르를 지켜 주길 바란다’는 의미의 이슬람식 술어 ‘Majulah Singapura’가 쓰여져 있다. 이 문구는 말레이어다.  

싱가포르 화폐와 관련해 리콴유 이야기만 한다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싱가포르처럼 말레이시아에 합류되지 않았던 브루나이는 싱가포르와 화폐가치가 같다. 예를 들어 1 싱가포르 달러는 1 브루나이 달러에 해당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단위가 가장 큰 돈을 스위스의 1000 프랑(한국 돈으로 113만원)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보다 더 큰 화폐가 있다. 바로 10000 싱가포르 달러다. 1000 스위스 프랑보다 약 8배 가치가 높은 10000 싱가포르 달러는 한국 돈으로 환산했을 때 800만원을 넘는다. 다만, 국제 범죄 집단이 이 화폐를 돈 세탁에 많이 이용하면서 싱가포르와 부르나 이는 더 이상 발행하지 않고 있다.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thepen/article/64899 에도 실렸습니다. 


돈 밝히는 남자 알파고 시나씨의 싱가포르 화폐 탐구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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