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 루피아 Rupiah
지구상의 일부 나라들은 하나의 단독 국가라기보다는 여러 대륙의 연합 같은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인도나 중국, 미국이 그렇다. 겉으로는 하나의 국가로 보이지만 이 나라들의 각 주는 사실상 중앙정부와 전혀 다른 의사 일정을 가지고 있다. 인도의 경우 수도 뉴델리에서 거론되는 정치적인 문제들 혹은 지역 분위기가 사회주의로 운영되는 남부의 카렐라 주와 상이하다. 앞서 제시한 3개국 이외에도 이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다.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는 국토 면적이 세계 15위며, 인구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 언어가 존재하며 각 주마다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문화를 향유한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는 술탄(이슬람교의 종교적 최고 권위자인 칼리프가 수여한 정치적 지배자의 칭호)들이 존재하고 세습 정치를 하는 반면, 이슬람이 아닌 기독교도나 힌두교도가 절대적 다수인 곳도 있다.
한국인들의 관광 선호도가 높은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에는 절대적 다수의 힌두교도와 소수의 이슬람교도가 공존하며, 아체 주(州)에서는 인도네시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위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기독교가 많은 파푸아 주는 다른 주에 비해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공존을 자부심으로 삼는 인도네시아는 대외적으로 이를 자랑하는데, 그 대표적인 수단이 화폐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발행한 신권 뒷면에 관광명소와 전통 춤을 소개했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5만 루피아 뒷면에 소개된 코모도 국립공원이다. 얼마 전에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오른 코모도 국립공원은 코모도 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약 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아름다운 경치뿐만 아니라 지구상 가장 큰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은 약 5,700마리의 코모도왕도마뱀을 보호하기 위해서 198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인도네시아 난민 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필자의 아내가 여행지 한 군데를 강력 추천한다. 바로 5천 루피아 뒷면에 사진이 실린 브로모 텡게르 세메루 국립공원이다. 이 국립공원은 활화산인 브로모 산, 세메루 산 그리고 바톡 산을 포함하고 있는 대규모 공원이다. 광활한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여행 애호가들이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면 놓치지 않는 관광지다.
자와 섬 안에 있는 브로모 공원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멀지 않다. 이 지역은 무슬림 주민보다 힌두교를 믿는 텡게르족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독특한 힌두교 문명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인도네시아 여행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스쿠버다이빙이다. 인도네시아는 어느 지역에서든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좋지만 그 중 최적지는 단연 2만 루피아 뒤에 보이는 데라완 섬이다. 이곳에는 900여 종의 물고기를 포함한 수 백여 종의 산호와 무척추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다이버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폐에서도 보이듯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푸른 바다거북을 보기 힘들지 않을 것이다. 독이 없는 해파리들이 살고 있다는 점도 테라완 섬이 스쿠버다이빙 애호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친구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여행 사진들을 보면 자연 경관이 많이 보인다. 특히 바다나 화산을 많이 다녀오는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에는 멋진 폭포나 호수, 협곡들도 많이 있다. 여기서 필히 언급해야 하는 곳은 2천 루피아 뒷면에 소개된 시아녹 협곡이다.
인도네시아 서부에 위치한 수마트라 섬의 부키팅기 시에 있는 시아녹 협곡은 미국의 아리조나 협곡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인도네시아는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라 안개가 자욱한 곳이 많은데, 나무가 무성한 이 협곡은 뒤에 있는 산에 드리운 안개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도네시아의 멋진 자연 경관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10만 루피아의 뒷면에 보이는 라자 암팟 제도를 잊으면 안 된다. 라자암팟 제도는 1,500개가 넘는 섬·암초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인도네시아의 동부에 위치한 뉴기니 섬과 중부에 위치한 할마헤라 섬 사이에 있다.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아시아 국가이지만 뉴기니 섬으로 인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도 영토가 있는데, 라자암팟 제도는 바로 이 둘 대륙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암초들로 완성된 아름다운 섬 ‘라자암팟’은 베트남의 ‘하롱베이’로 여겨진다. 오늘 날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파란색과 초록색의 자연 풍광을 즐기려고 라자암팟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