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열리는 더문쌤의 시크릿 수업 1편
2024년 8월 3일 저녁이 되자 'The Moon 선생(더문쌤)'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어.
그동안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운영해 오던 'K-고등학생을 위한 학습 커뮤니티 SNS'에다가 오늘 밤 자정부터 10대를 위한 인생조언 라이브 토크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겠다고 홍보 글을 올려둔 채였거든.
핸드폰 시계가 오후 09:31을 알리는 사실을 확인하자, The Moon 선생(더문쌤)은 문득 미세하게 자기 심장이 두근거려 오는 걸 느꼈어.
'괜한 짓을 시작하려는 걸까?'
'그동안은 익명을 유지하니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할 말 좀 다 해볼 수 있었던 건데,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면 내 목소리 때문에 순식간에 정체가 다 탄로 나 버릴 수 있는 건데..............'
'아이들이 그동안의 내 전적을 파헤치면서 고마움을 느끼긴커녕 나를 모함에 빠뜨리려고 하면 어쩌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피 끓는 이 녀석들 때문에 내 인생도 탈탈 털려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심장의 두근거림이 조금 더 빨라지면서, 머리 위 이마 근처를 중심으로 둥글게 구심을 형성하며 찌릿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어.
더문 선생님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냉장고로 가서 맥주 한 캔을 땄지.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켠 더문 선생님은 내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기로 결정한 건지 다시 자기 마음을 찬찬히 되돌아봤어.
The Moon 선생(더문쌤)은 대입을 앞둔 수험생 그리고 그 학생들의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꾀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일타강사가 되어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어.
통장에 잔고는 엄청나게 늘어가고 있는, 어쩌면 자기 인생의 정점으로 추억될지 모르는 인생의 한 시점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
아이들 그리고 나의 통장을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부모들의 눈빛에서 너무나 큰 불안과 공포가 느껴졌거든.
게다가 결정적으로 나를 너무나 좋아해 주던 아이 현서에게 일어난 사건이 더문 선생님에게는 너무 큰 상처가 되었었거든.
The Moon 선생(더문 선생님)은 그냥, 이 시대 아이들의 불안을 조금아니마 달래주고 싶었어....................
안녕?.......................................??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어색함을 참아내려는 목소리로 라이브 첫인사를 건네었어.
그리고는 라이브 화면의 각도가 목 아래 어깨 쪽으로 잘 고정이 되어있는 건지 한번 더 확인을 했지.
채팅창에 아이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 (라이브 접속자 120명)
-평소에 저희 카페 운영자님이 누군지 진짜 궁금했어요
-라이브 기대했는데 얼굴 공개는 안 해주시네요? ㅋ
-졸린 거 참고 들어왔는데 무슨 얘기해 주시려고요?
(The Moon 선생(더문쌤)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함)
"얘들아, 너희는 선생님이랑 부모님 말씀은 얼마나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지나온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니 그 누구보다도 어른들 말씀을 잘 듣던 학생이었던 거 같아."
"그런데 그게 때로는 내 인생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된 적도 많은 거 같네."
-뭐라고요? 독이요?
-앗, 이런 얘기 나중에 엄마한테 공유해도 돼요?
"내가 이제 어른의 나이가 되어서 너희들을 바라보니까 말이야,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오르면서 이런 이야기는 꼭 들려주고 싶었어."
"너희도 어른의 나이가 되면 알 수 있겠지만, 어른이라고 해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 알 거 같은 사람은 없어." "그냥 그때그때 자기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 하면서 사는 것일 뿐이야."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너희에게 가능한 훌륭한 어른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근데 언제 선생님은 어른들 말이 독이 되었던 거예요?
-맞아요. 궁금해요. 어떤 말이었길래 독이 된 거예요??????
"얘들아. 지금 내가 들려주는 말도 너희에게 약이 될 수도 또는 독이 될 수도 있어. 명심해."
-에잉? 선생님.... 무슨 그런 말씀을!!!
-앗. 뭔 말도 안 되는 소리?
-허걱; 선생님 밤 중에 술 드셨나??
- 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 생각해 봐.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 있다고 한들! 쉬지 않고 그 음식만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되니?"
-소화가 안돼서 배탈 나겠죠?
-결국엔 그 음식 맛에 질려버려요.
"맞아. 그런데도 그 음식만 계속 먹어야지 너희가 원하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어른들이 이야기하면 어떨까?"
-먹기 싫은데도 먹다가 안 먹으면 건강 잃을까 봐 갑자기 무서울 거 같아요.
-맞아 맞아! 진짜 무섭겠네~~~
"그래. 너희들 잘 아네. 그렇지만 어른들은 너희가 건강하길 바라고, 그 음식이 너희 건강에 좋은 거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을 뿐이야. 거기다가 너희가 그 음식을 잊지 않고 챙겨서 많이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어른이 되어주어야 훌륭한 어른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지."
-헉;;;;
-혹시 선생님 지금 음식에 빗대어 설명하신 건가요?
-어른들은 우리를 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라고 곁에서 챙겨주려는 마음이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시는 건데, 잘못하면 배탈 나거나 공부가 질려버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지. 이 녀석들. 눈치가 빠르구나! ㅋㅋ
공부하다가 잠시라도 멈추면 큰일 날 거 같아서 무서운 생각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공부를 계속하던 패턴대로 반복하는 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미쳐버릴 거 같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보여서 말이야.
-앗!!!!!!!!!!!!!! 선생님~ 학생들 마음을 잘 알고 계시네요?
-진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 상태예요. 너무 괴로워요. 제 상태가 바로 좋은 음식 많이 먹다가 급체한 기분인 상태인 거네요?
-진짜 딱 그 상태야. 나도;;
- 우와. 좋은 음식 체하도록 먹다가 죽을 거 같아지면 그게 바로 독이 되는 거네?
너희들 정말 대단하다! 벌써 결론까지 싹 다 정리를 해버리는구나? ㅎㅎㅎ
- 어른들 말이 독이 되어버린 자가 바로 저네요 ㅋㅋㅋㅋㅋㅋㅋ
- 앗! 나도 나도!!!
- 선생님 저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가지는 않았어요.
- 독기 품은 약을 간간히 소화시키면서 버텨가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그래. 근데 그거 알지? 사람마다 소화 기관 체질이나 반응도 다 다른 거 말이야.
그리고 그때그때 컨디션 따라서도 소화 가능한 양도 달라지고 말이지. 그런데 그런 거 하나하나 너희의 몸 상태가 어떤지 어른들은 자세히 알 수가 없어.
자기 몸 컨디션이 어떤지도 알아차릴 틈 없이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게 이 시대 현대인 성인들의 삶 아니겠니?
그러니 너희들의 몸 상태가 어떤지 몰라주는 걸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줘.
-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 저는 섭섭해요. 제가 힘들다고 말해도 저희 부모님은 다 꾀병이래요.
- 맞아요. 저도 섭섭해요. 섭섭한 걸 어떻게 섭섭하게 생각 안 할 수가 있죠?
- 그래그래!!!
-선생님 저는 태생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해서 공부량 소화 능력도 떨어지나 봐요. 둘이 상관관계가 있나요?ㅋㅋ
오케오케! ㅎㅎㅎ 이 녀석들~ 괜찮아!! 소화기관도 시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효율이 높아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니 너무 염려는 말아라. (공부량 소화 능력이랑 음식 소화능력의 상관관계는 나도 잘 모르겠다. 쩝;;)
- 나는 공부량 소화 능력이 떨어지지만 음식 소화는 진짜 잘 시키는 거 보니 상관관계없어요 쌤.. ㅋㅋ
- 풉~ ㅎㅎ
- 아 웃겨.
자꾸 웃기고 싶어 하다가 오늘 수업 주제가 딴 길로 새어갈라!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한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는 말이야. 어른들이 하는 말은 그냥 어른들 나름 그 위치에서 자기가 최선이라고 믿는 말을 해주는 것일 뿐, 그 말에 너희 인생을 모두 다 백 프로 똑같이 맞춰나가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너희의 컨디션, 몸 상태, 마음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릴 수 있는 이 세상 유일한 사람은 바로 너희들 자기 자신일 뿐이니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 건강도 스스로 챙겨줘야만 하는 거고.
어른들도 너희가 건강을 잃을 만큼 자신들이 내뱉은 말을 과도하게 진지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곱씹고 곱씹다가 지쳐 쓰러지기를 원하는 건 결코 아니거든.
- 앗. 갑자기 좀 뭉클해지네요?
- 분위기 전환 ㅋㅋㅋㅋㅋㅋㅋㅋ
- 흐미. 선생님. 그럼 오늘 수업도 딱 약이 될 만큼만 받아들여서 소화시켜 볼게요. ㅎㅎ
그래그래. ㅋㅋ 딱 너희가 소화시킬 수 있는 그만큼만 내 이야기를 흡수해 주길 바란다. 이 녀석들~
그래도 이 중에 극 소수로 딱 2명 정도는 오늘의 내 이야기가 잊고 싶지 않아서 자기 전에 따로 메모로 기억해놓고 싶은 구절을 적어놓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 ㅎㅎㅎㅎㅎ
- 넵!!!!!!!!!!!!!!! ㅎㅎ
- 쌤~ 쿨하게 오늘 수업 마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밤늦게까지 수고하셨어요 더문쌤 ㅋㅋ
-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안녕!
-빠2
2024년 8월 4일 저녁 12시 35분, 더문쌤은 약간의 상기된 얼굴로 라이브 방송을 껐어. 잠시 다시 고민이 되었지만 그냥 하기를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들었어.
가슴 한켠에 무거웠던 돌덩이 중 한 개가 '쓰윽' 빠져나간 기분이었어. 오늘 하루도 이렇게 무사히 끝이 났구나 싶으면서 뿌듯하게 잠을 청해보기로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