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다 보면 말레이시아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Parsar seni역과 페탈링야시장 중간쯤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인도의 풍경을 한껏 담은 듯한 이 사원은 처음부터 저를 압도하였습니다. 특히, 높이 솟은 고푸람이 다채로운 색상과 섬세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웅장함에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고 정돈된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힌두교 신인 마리암만을 모신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질병과 재앙을 막아달라고 기도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기도가 진심으로 하늘에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원을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사원 한편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깊은 신앙을 직접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록 저는 힌두교 신자가 아니지만, 그들의 경건함과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힌두교에서 여러 팔을 가진 사람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특정한 신념과 가치를 나타냅니다.
여러 팔을 가진 신
힌두교 신들 중 일부는 여러 개의 팔을 가지고 묘사되는데, 이는 신의 초월적이고 다재다능한 능력을 상징합니다. 인간은 두 팔로 한 번에 하나의 일만 할 수 있지만, 신들은 여러 팔을 통해 동시에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음을 나타내죠. 이러한 신의 모습은 그들이 우주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세상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두르가 여신은 여러 팔을 통해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는데, 이는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힘과 보호의 상징입니다.
코끼리
힌두교에서 코끼리는 주로 가네샤 신으로 상징됩니다.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를 가진 신으로, 지혜와 번영, 장애물 제거의 상징입니다. 가네샤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장애물을 제거해 주고, 성공과 번영을 기원하는 신으로 숭배됩니다. 코끼리의 머리는 신중함, 지혜, 그리고 강인함을 나타내며, 그의 거대한 몸은 우주의 무한함과 강력한 보호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코끼리 같은 육중한 존재가 상징하는 보호와 안정은 힌두교 신자들에게 중요한 신앙적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처럼, 여러 팔을 가진 신들과 코끼리는 힌두교에서 신성한 능력과 보호, 그리고 지혜를 상징하며,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존재로서 숭배받고 있습니다.
힌두교에는 여러 팔을 가진 신과 코끼리 외에도 다양한 상징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힌두교 신앙의 깊은 철학과 가치를 나타냅니다. 여기 몇 가지 중요한 상징을 소개하겠습니다.
연꽃 (Lotus)
연꽃은 힌두교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 중 하나로, 순수함, 영적 깨달음, 그리고 신성을 의미합니다.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은 세속적인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많은 신들, 특히 비슈누와 락슈미는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이는 그들의 신성한 본질과 영적 높이를 나타냅니다.
삼지창 (Trishula)
삼지창은 주로 시바 신과 연관되어 있으며, 세 개의 날이 있는 이 무기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세 단계를 상징합니다. 시바는 삼지창을 통해 우주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창조와 파괴를 동시에 관장하는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삼지창은 또한 인간의 몸, 마음, 영혼을 상징하며,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진리를 깨닫는 것을 의미합니다.
뱀 (Naga)
뱀은 주로 신성한 수호자이자, 생명력과 재생을 상징합니다. 뱀은 땅과 연결되어 있으며, 생명의 근원을 나타내기도 하고 재생과 변화의 상징으로도 여겨집니다. 특히 시바 신은 목에 뱀을 두르고 있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는데, 이는 그가 세상의 모든 위험과 독성을 초월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뱀은 영적 에너지의 흐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소 (Nandi)
소는 시바 신의 탈것으로 등장하며, 힌두교에서 풍요, 인내, 힘을 상징합니다. 소는 농업과 깊이 연결된 동물로, 힌두교 신자들에게 신성한 동물로 여겨집니다. 특히 난디라는 이름의 흰 소는 시바의 충성스러운 동반자로, 신성한 헌신과 믿음의 상징입니다. 힌두교 사원 입구에는 난디의 동상이 자주 놓여 있어 신에게 경배를 올리기 전에 경건한 마음을 다지게 합니다.
불 (Agni)
불은 힌두교에서 순수함, 변화, 정화를 상징합니다. 불은 우주적인 정화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아그니(Agni) 신은 불의 신으로 숭배됩니다. 힌두 의식에서 불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제물을 불에 태우는 것은 신성한 희생을 통해 신에게 감사와 헌신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물소 (Mahisha)
물소는 힌두교 신화에서 악을 상징합니다. 예를 들어, 악마 마히샤는 물소의 형태로 나타나며, 두르가 여신은 마히샤를 물리치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됩니다. 물소는 사악한 힘과 혼란을 의미하지만, 그 힘을 제압하는 것은 선의 승리와 신성한 질서의 회복을 상징합니다.
힌두교에는 다양한 상징들이 존재하며, 각각의 상징은 신성한 힘과 교훈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상징들은 신들과 인간의 관계, 우주의 원리, 영적 여정을 표현하며, 힌두교 신앙의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사원에서 나올 때쯤, 다시 한번 고푸람을 바라보았습니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높은 탑은 사원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그곳에 서서 조용히 떠나는 발걸음을 감싸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행 중 잠시 들른 사원이었지만, 사원에서 느낀 평온함과 경건함은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습니다.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의 신앙이 오롯이 담겨 있는 사원에서, 저 역시 그들의 신앙에 잠시나마 함께한 기분이었습니다.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Sri Maha Mariamman Temple)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으로, 1873년에 지어졌습니다. 이 사원은 남인도에서 전해진 드라비다 양식의 화려한 건축물로 유명하며, 현지 힌두교 신자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중요한 방문지입니다.
사원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입구에 자리한 '고푸람'(gopuram)이라고 불리는 높은 탑문입니다. 이 탑은 다채로운 색깔의 힌두 신상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입니다. 사원 내부에는 힌두교의 주요 여신 중 한 명인 마리암만(Mariamman)을 모시고 있으며, 마리암만은 질병과 재앙을 막아주는 여신으로 믿어집니다.
사원에서는 힌두교의 주요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이 매년 성대하게 열립니다. 이 기간에는 신도들이 금식과 함께 행진을 하며 신에게 헌신을 보여주고, 신성한 장소로 향하는 긴 여정을 이어갑니다. 이 축제 기간에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참여합니다.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함께 힌두교 신앙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말레이시아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