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도쿠시마 여행
도쿠시마 아와오도리회관에서,
춤의 열정을 만나다
조용하고 한적한 여행지를 좋아하는 제가 도쿠시마를 계획 없이 방문하게 된 것은 ‘아와오도리(阿波踊り)’라는 전통 춤 때문이었는데요. 매년 8월이 되면 도쿠시마 거리는 흥겨운 리듬과 춤사위로 가득 찬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시기는 여름이 아니었기에, 축제의 현장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아와오도리의 매력을 사계절 내내 경험할 수 있는 곳, ‘아와오도리회관(阿波おどり会館)’을 찾았습니다.
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부터 전통 의상을 입은 마네킹들이 반겨주었습니다.
남성 무용수들은 하피(法被)를 걸친 채 역동적인 춤 동작을 하고 있었고, 여성 무용수들은 우아한 삿갓을 쓴 채 손끝을 하늘로 뻗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동작 같으면서도 절묘한 균형이 느껴졌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위로 아와오도리 전문 무용단 ‘렌(連)’이 등장했습니다. 북과 샤미센,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경쾌하게 이어졌습니다.
박자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손을 높이 들어 올린 채 활짝 웃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도 무대 위로 초대받았습니다. 무용수의 밝은 목소리에 모두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손을 위로 올리고, 발을 천천히 내딛으며 허리를 낮추는 기본 동작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꽤 어려웠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회관을 나설 때쯤, 도쿠시마의 거리는 조용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북소리와 여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언젠가 진짜 축제가 열리는 날, 그때는 주저하지 않고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린 채, 도쿠시마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와오도리(阿波踊り)는
일본 도쿠시마현에서 매년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전통 춤 축제입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 춤은 일본 전국의 ‘본오도리(盆踊り, 조상들의 혼을 위로하는 여름철 전통 춤)’ 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행사로 꼽힙니다.
‘아와(阿波)’는 도쿠시마의 옛 지명이며, ‘오도리(踊り)’는 춤을 뜻합니다. 즉, ‘아와 지방의 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와오도리는 경쾌한 북과 샤미센(三味線), 피리, 징 등의 전통 악기 연주에 맞춰 무용수들이 손을 높이 들고 독특한 스텝을 밟으며 추는 것이 특징입니다. 남성 무용수들은 힘차고 박력 있는 동작을, 여성 무용수들은 전통 삿갓을 쓰고 우아한 동작을 선보입니다.
춤을 추며 외치는掛け声(掛け声, 외침)인 “에라, 야토야! 야토야나!” 또한 아와오도리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요. 춤의 흥을 돋우고 관객과 무용수들이 하나 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아와오도리에는 “바보가 춤추고, 바보가 구경한다. 어차피 바보라면 춤추는 편이 낫다(踊る阿呆に見る阿呆, 同じ阿呆なら踊らにゃ損々)” 라는 유명한 문구가 전해집니다. 이는 ‘주저하지 말고 즐기라’는 의미로, 아와오도리의 자유롭고 흥겨운 정신을 잘 보여줍니다.
아와오도리는 여름 축제뿐만 아니라 도쿠시마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아와오도리회관(阿波おどり会館)과 같은 곳에서는 연중 언제든 이 전통 춤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춤을 직접 배우고 함께 어우러지는 경험은 도쿠시마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순간이 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