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경 Feb 15. 2021

30 과일, 따끈하게 마셔요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새콤달콤한 과일차

과일을 좋아하긴 하는데 너무 많아요

명절이면 과일 선물이 들어오곤 한다. 선물이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데 특히, 이때 선물로 들어오는 과일은 실하고 당도까지 높아 더욱 반갑다. 선물 받은 날과 그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는 맛있게 먹는데 같은 과일을 연달아 먹는 게 조금 버겁다. 원래 싫증을 금방 느끼는 편이라 과일은 3~4가지를 조금씩 사서 매일 바꿔가며 먹는 습관 탓도 있겠다. 맛있는 과일을 억지로 먹으려니 조금 곤혹스러워 잼이나 청을 담가 나름 2차 가공을 하긴 한다. 하지만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과일은 생과로 먹으려고 노력 중이라 이렇게 만들어 놔도 잘 먹지 않는다. 많이 먹어야 한 달에 2번 정도. 당분의 양을 줄여서 만들면 얼마 못 가 곰팡이가 피어 버린다. 그래서 2통 버린 전적도 있다. 선물 받은 과일을 끝까지 맛있게 즐길 방법이 필요하다.



집에 과일이 너무 많다고요?
그렇다면 끓여 먹는 건 어때요?




따뜻한 차로 마셔 볼까?

냉장실에 뒹굴뒹굴하는 사과를 꺼냈다. 야금야금 무르기 시작한 딸기도. 사과는 껍질째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었다. 딸기는 무른 부분을 도려냈다. ‘에계!’ 이것밖에 안 되네? 손질을 마친 딸기에는 과육이 얼마 안 남았다. 하지만 그 양에 비해 향은 굉장히 진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얼그레이 티백 2개를 넣어서 끓였다. 얼그레이가 한소끔 끓어오르자 티백을 건져냈고 과일을 모두 넣어서 다시 한번 끓였다. 이때 중약~중간 불을 유지했다. 다시 한소끔 끓어올랐을 때 불을 껐다. 오래 끓이면 과일이 물러져서 차가 탁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를 한 김 식힌 후, 티팟에 옮겨 담았다. 때마침 진저 에이드를 마시려고 사둔 로즈메리도 한 줄기 넣었다. 아, 그전에 로즈메리에 약간의 자극,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치는 식으로 물리적으로 충격을 줘 그 향을 극대화했다. 함께 먹을 호두 파운드 케이크도 꺼냈다. 



새콤달콤한 차가 선사한 오후의 여유

잠이 많아서 아침에 눈 뜨면 커피부터 찾는다. 오후엔 점심 식사가 불러온 식곤증 때문에 카페인은 필수. 하지만 커피를 하루에 두 잔 마시는 게 내키지 않을 때가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밤을 꼴딱 새우거나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뛰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비교적 카페인 함량이 낮은 음료나 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차에 과일을 넣어 끓여 마시는 게 꽤 근사한 대안이 될 것 같다. 티백을 1개만 넣으면 카페인 걱정도 덜 할 거다. 그뿐만 아니라 과일의 상큼한 풍미가 눈꺼풀 무겁게 만드는 식곤증을 해결하는 건 물론, 활력도 충전해준다. 차의 향을 찬찬히 음미하니 저절로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그 짧은 순간이라도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으니 기분 전환도 되고. 덕분에 일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과일차로 오후의 일부분을 보낼 계획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