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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Feb 15. 2021

30 과일, 따끈하게 마셔요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새콤달콤한 과일차

과일을 좋아하긴 하는데 너무 많아요

명절이면 과일 선물이 들어오곤 한다. 선물이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데 특히, 이때 선물로 들어오는 과일은 실하고 당도까지 높아 더욱 반갑다. 선물 받은 날과 그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는 맛있게 먹는데 같은 과일을 연달아 먹는 게 조금 버겁다. 원래 싫증을 금방 느끼는 편이라 과일은 3~4가지를 조금씩 사서 매일 바꿔가며 먹는 습관 탓도 있겠다. 맛있는 과일을 억지로 먹으려니 조금 곤혹스러워 잼이나 청을 담가 나름 2차 가공을 하긴 한다. 하지만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과일은 생과로 먹으려고 노력 중이라 이렇게 만들어 놔도 잘 먹지 않는다. 많이 먹어야 한 달에 2번 정도. 당분의 양을 줄여서 만들면 얼마 못 가 곰팡이가 피어 버린다. 그래서 2통 버린 전적도 있다. 선물 받은 과일을 끝까지 맛있게 즐길 방법이 필요하다.



집에 과일이 너무 많다고요?
그렇다면 끓여 먹는 건 어때요?




따뜻한 차로 마셔 볼까?

냉장실에 뒹굴뒹굴하는 사과를 꺼냈다. 야금야금 무르기 시작한 딸기도. 사과는 껍질째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었다. 딸기는 무른 부분을 도려냈다. ‘에계!’ 이것밖에 안 되네? 손질을 마친 딸기에는 과육이 얼마 안 남았다. 하지만 그 양에 비해 향은 굉장히 진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얼그레이 티백 2개를 넣어서 끓였다. 얼그레이가 한소끔 끓어오르자 티백을 건져냈고 과일을 모두 넣어서 다시 한번 끓였다. 이때 중약~중간 불을 유지했다. 다시 한소끔 끓어올랐을 때 불을 껐다. 오래 끓이면 과일이 물러져서 차가 탁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를 한 김 식힌 후, 티팟에 옮겨 담았다. 때마침 진저 에이드를 마시려고 사둔 로즈메리도 한 줄기 넣었다. 아, 그전에 로즈메리에 약간의 자극,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치는 식으로 물리적으로 충격을 줘 그 향을 극대화했다. 함께 먹을 호두 파운드 케이크도 꺼냈다. 



새콤달콤한 차가 선사한 오후의 여유

잠이 많아서 아침에 눈 뜨면 커피부터 찾는다. 오후엔 점심 식사가 불러온 식곤증 때문에 카페인은 필수. 하지만 커피를 하루에 두 잔 마시는 게 내키지 않을 때가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밤을 꼴딱 새우거나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뛰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비교적 카페인 함량이 낮은 음료나 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차에 과일을 넣어 끓여 마시는 게 꽤 근사한 대안이 될 것 같다. 티백을 1개만 넣으면 카페인 걱정도 덜 할 거다. 그뿐만 아니라 과일의 상큼한 풍미가 눈꺼풀 무겁게 만드는 식곤증을 해결하는 건 물론, 활력도 충전해준다. 차의 향을 찬찬히 음미하니 저절로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그 짧은 순간이라도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으니 기분 전환도 되고. 덕분에 일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과일차로 오후의 일부분을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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