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첫 수업을 기다리며
스페인어를 제대로 배우겠다고 말했을 때 십중팔구 들었던 말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순전히 스페인어를 하고 싶어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스페인어가 좋았다. 신혼여행까지 스페인으로 다녀왔을 정도다.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물어봐서 ‘스페인어를 왜 좋아하는지’를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스페인어를 배우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교 졸업 요건으로 ‘제2외국어 수업 수강’이 있었고 그때 계절학기로 한 달 속성으로 스페인어를 배웠다. 당시 스페인어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언어 자체가 유쾌했다. 발음도 독특했다. ‘냐’, ‘뇨’ 같은 발음, ‘ㄹ’을 한껏 굴려서 하는 발음 등 평소에 해본 적 없는 발음에 된소리도 많아 발음하는 것부터 흥미로웠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묵음이 거의 없어서 쓰인 대로 읽으면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진다. 기본적인 알파벳만 알면 뜻은 몰라도 읽을 수 있다는 뜻. 게다가 글자 생김새와 의미가 영어와 비슷해서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음과 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 친근감이 스페인어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의지가 활활 타올랐을 때 바로 실천에 옮기려고 학원을 알아봤다. 마침 홍대 근처에 미리 봐 둔 곳이 있어 들렀는데 예상치도 못한 데서 문제가 생겼다. 수업 시간이 너무 늦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수업이 열릴지도 확실치 않았다. 마음먹은 김에 수강신청까지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크게 낙담했다. ‘이 넓고 넓은 서울에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니!’ 한껏 풀이 죽어 있던 차에 대학교 어학당에서 제2외국어 수업을 운영한다고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곧바로 서울 시내 대학교 어학당을 수색했다. 신촌에 있는 대학에서 스페인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전화로 물어보니 “최소 수강 인원을 충족해서 수업도 열려요”라는 기대했던 답변도 들었다. 너무 기뻐서 바로 수업료를 송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 교재도 샀다. 심지어 미리 읽기까지 했다.
‘어서 빨리 수업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