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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용권 Dec 29. 2017

호주 집단가출전 1박 2일 워크숍을 하다

8월 20일 출국날이 드디어 잡혔다. 허 대장이 뜻하지 않게 수술을 하게 되어 한번 연기를 했지만 허 대장의 가족들은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데 출국을 극구 말렸다. 대원들 역시 장기간 캠퍼밴 여행인데 완벽한 몸을 만들고 출국하자고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결정된 8월 20일


출국에 앞서 대원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1박 2일 캠퍼밴과 유사한 공간인 카라반이 있는 공간에서 얼굴을 보기로 한다. 그리고 만난 곳은 여주 카라반.

잔디밭도 있고 고급스러운 스킬의 카라반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허 대장과 봉주형, 상욱형, 신대표 그리고 이번 여행에 처음 만나는 밥장까지 모두 모여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1박 2일 술 한잔 하면서 진지하게 계획을 세워 본다. 그러면서 허 대장에게 이번 40일간의 호주 서부 여행에 인터뷰를 하고 남성전문지 DEN에 원고를 보냈다. 


- 허영만과 중년 가출단의 ‘40일간 호주 여행’

허영만과 중년 가출단의 ‘40일간 호주 여행’ 2017년 8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무려 40여 일간 캠퍼밴 2대를 이용해 호주를 여행한다. 남부 멜버른(Melbourne)을 시작으로 중앙의 울루루(Uluru)를 관통해 북쪽의 다윈(Darwin), 서쪽의 브룸(Broome)과 칼바리(Kalbarri)를 거쳐 퍼스(Perth)까지 가는 9800km의 여정이다. 사막을 지나고 인적이 없는 오지에서 며칠간 지내는 일정도 포함된다. 날것 그대로의 호주를 느끼고 체험하는 미션이 있는 만큼 대원들은 먹고 자는 모든 것을 요령껏 해결해야 한다.


- 여주 카라반 체험장을 찾은 허영만과 중년 가출단

일명 ‘호주로의 집단가출’을 앞둔 지난 7월, 허영만 화백과 그의 동료들이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카라반 체험장’에 모였다. 허 화백은 우리 땅 백두대간을 함께 여행한 멤버들과 ‘한 달에 한 번 산에서 잠들다’라는 콘셉트로 매달 비박 모임을 하고 있다. 일행 중 한 명 이 ‘침낭과 막걸리’라는 모임 이름까지 만들었다. 이번 여주 모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40일간의 호주 캠퍼밴 여정을 앞두고 마련한 일종의 사전 체험 같은 것이었으니까. 대장 허 화백의 건배사에 이어 회원들은 비장한 얼굴로 막걸리 잔을 부 딪친다. <den>은 이들의 호주 대장정을 다음 10월호부터 독자에 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곳 카라반이 우리가 사용할 캠퍼밴과 내부가 거의 비슷한 거 같은데? 아니 더 럭셔리한가? 어쨌든 이번 여행은 인원도 많고 사막 등 오지를 많이 지나는 일정이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만 ‘집단가출’이 성공할 수 있다. 모든 대원은 자신의 역할을 명심하길!”

- 집단가출을 반복하는 이유가 뭔가? 

좋은 산을 보면 그 품에 안겨보고 싶고, 멋진 바다를 보면 몸을 던지고 싶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실제 가치의 10%도 제대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유명 관광 지에서 사진 찍는 여행만 했더라면 내 모습은 지금 보다 훨씬 늙어 있을 것이다. 만년 청년일 수 있는 건 순전히 자연 덕분이다.


- 지금까지 어디 어디를 다녔나?

그동안 집단가출을 모의해 백두대간 종주부터 캐나다, 뉴질랜드, 네팔, 아프리카, 일본, 조지아, 보 르네오 등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2006년 8명의 대원과 캐나다 로키에서 오토캠핑을 했고, 2009년에는 13명이 한반도 요트 여행을 떠나 3075km 무동력 항해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3년 에는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 호 주 대륙 횡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 만화가인 줄만 알았는데, 모험가다

오죽하면 우리 딸 결혼식에 만화 관련 하객보다 아웃도어 관련 하객이 더 많았을까. 이 모든 건 2001 년 산악인 박영석 대장을 우연히 만나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중 2위 봉인 K2(8611m) 등반을 다녀온 것에서 시작됐다. 뭔가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니고, 친한 여행 사 진가 후배가 느닷없이 박 대장의 K2 원정대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꿰여 거기에 넘어간 거다. 당시 비 박에 한참 취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등산 장비를 풀 세트로 지원해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갔다. 

- 1947년생이니 올해로 일흔인데, 힘들지 않나? 

나는 현역이다. 지금도 한결같이 새벽 5시면 집에서 나와 화실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지낸 지 벌써 45년째다. 나 나름대로 비결이라면 오후에 1시간 정도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 앞으로 또 어떤 가출이 이어질까? 

원래 가출이란 게 집에 있으면 불편해서 나오지만, 나오 면 또 집에 들어가고 싶은 거다. 다시 들어가도 그건 다음 가출을 위한 시작인 거고. 그래서 모든 남자는 항상 가출을 꿈꾼다. 지금은 호주의 대자연으로 가출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대자연은 우리에게 매 순간 살아 펄떡이는 생동감과 황홀한 감동을 선사하고, 그 순간 옆에 있어준 동료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행복해진다. 


- 왜 매번 집단으로 떠나는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대답은 ‘남자들은 모두 가출을 꿈꾸기 때문’이다.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살면서 가슴이 계 속 비어만 가는 중년 남성들에게 모험이란 포기할 수 없는 낭만이다. 나와 대원들은 그런 마음에 충실한 거다. 그래서 행여 목표한 것에 도달하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가출이란 언제나 미완성이게 마련이니까. 그렇기 에 우리는 팍팍한 일상을 떠나 시도 때도 없이 ‘가출’을 시 도한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갈 곳을 정하고 떼 지어 가 출하면 그 자체가 즐겁다. 늘 느끼는 거지만, 캠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 Profile 1947년생, 만화가 대표작 <식객>, <타짜>, <각시탈>, <비트>, <허영만의 자전거 식객> 외 다수


[사진과 함께 하는 호주 집단가출 40일]

형호주 여행을 함께 할 대원들 좌측부터 허대장, 상욱형, 봉주형, 신대표, 밥장 그리고 나


1박 2일 간 워크숍을 진행한 여주 카라반
넓은 공간에 캠퍼밴 예행 장소로 최적이었다.


워크샵 후 허대장이 남기긴 삽화 
밥장의 일러스트를 처음 접하다. 역시 나름의 필체가 멋지다

허 대장 인터뷰를 DEN 잡지에 선보이다.



사진 정용권은 평소 등산과 캠핑, MTB, 스키를 즐기는 아웃도어맨으로 영상 촬영 전문가이자 디지털 촬영·편집 전문 프리랜서. 국내외의 수많은 산에 촬영 담당으로 올랐으며, 고 박영석 대장과 일곱 번의 히말라야 원정, 북극점(Northpole) 원정을 함께 다녀왔다. 1999년 백두대간을 57일간 일시 종주 취재하여 KBS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렸으며 ‘침낭과 막걸리’ 멤버로서 허영만 화백과 다수의 히말라야 트레킹, 자전거 일주, 백두대간 종주, 캐나다 트레킹 등을 함께 해온 오랜 동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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