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롤링핀 Oct 04. 2017

300일간의 여정과 우리 둘.

먼저 나에게 다가와줬던 첫 번째 날이 모든 여정의 시작이었다.


너와 갔던 많은 맛집들, 같이 봤던 많은 영화들, 같이 갔던 여행지, 함께 나누었던 비밀스럽던 수많은 대화들, 내 통화목록에 꽉 찼던 너의 이름들, 항상 내 메신저 상단에서 자리를 지키던 너, 같이 찍은 수많은 사진들, 함께 놀러 갔던 장소들과 함께 즐기던 쇼핑.


그 모든 것이 모두 너였고 300일간의 너와 나의 여정이었다.


만나며 삐그덕 되던 시간도 있었고 서로 마음이 통했던 순간도,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해주던 순간도 있었고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너와 내가 차차 나아지기를 바랐다.

너의 처음과 마지막,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나 이길 바랬고 너 역시 그랬다.


너와 난 서로에게 욕심이 많았고 조금씩 갈라지던 우리의 균열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어긋나고 망가져가고 있었다.


겉으로는 조금조금씩 나아진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 파헤쳐 보면 보이던 그 오해들과 실망과 상실감을 나는 애써 외면하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너는 점차 우리가 갈라지고 침몰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혼자만 애쓰려 했지.


난 그렇게 널 방관하고 외면한 죄로 이별을 맞이했다.


다시 잘 만날 수 있을 거라거나 날 아직 사랑하는다는 조금의 여지나 희망마저 철저히 무너진 네가 있었고, 그 옆엔 이제야 애써보려던 내가 있었다,


우리는 추락했고, 침몰했고 그렇게 “우리 둘”이라는 존재는 사라졌다.

300일간의 여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모두가 그렇듯이 비슷하게 사라졌다.

우리는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여느 누구와도 다를 것 없이 그렇게 흔한 이별을 맞이했다.


마치 우리 둘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매거진의 이전글 텅 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