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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영 Aug 28. 2022

영화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인권평

- 2021년 5월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썼던 인권평을 대신 브런치에 옮깁니다. 2021년 5월에 쓴 글이고 어떠한 수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링크 : http://www.420sdff.com/Movie/1078 


“혹시 원형 씨가 원하는 퇴소인가요?” “네! 제가 원해서 하는 겁니다!” 20여 년간 발달장애인 시설에서 살다가 ‘탈(脫)시설’을 앞두고 진행된 퇴소식에서 원형 씨는 당당하게 “제가 원해서 합니다!”라고 말하고는 이내 쑥스럽게 웃는다. 모든 게 처음이다. 이사를 하면서 책상과 침대를 나른다. 집을 계약하고, 전입신고를 한다. 전입 사유를 적으라는 주민센터 직원의 말에 어리둥절한 원형 씨. “이거 사유를 뭐라고 체크해요?” 원형 씨의 ‘탈시설’은 여느 성인들의 첫 자취 경험처럼 설렘이 묻어난다.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밥상을 차리는 것도 물론 필수다. 아참, 소고기가 비싸서 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마저 공감의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비단 원형 씨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모든 이들의 ‘홀로서기’가 그렇듯 원형 씨는 온전히 혼자서 설 수만은 없다.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다정한 제목에 걸맞게 원형 씨의 이웃집에는 그와 같은 시설에서 살던 동료들도 이사를 온다. 원형 씨의 집에는 그의 탈시설을 응원하는 이들이 드나들기 시작한다. 원형 씨는 이들을 위해 ‘집들이’를 기획하기로 한다.


영화는 원형 씨의 탈시설 이후를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탈시설을 해낸 지금이 좋지만 동시에 자신이 자랐던 시설을 그리워하는 원형 씨의 양가감정이 그려지면서 다큐멘터리는 비로소 입체성을 갖게 된다. 처음 집을 구했다는 달뜬 설렘은 잦아들고 시설에서의 시간이 틈을 놓치지 않고 원형 씨를 찾아온다. 원형 씨의 탈시설은 아마 그 날부터 시작일 것이다. 우리가 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주목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유지영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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