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5월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썼던 인권평을 대신 브런치에 옮깁니다. 2021년 5월에 쓴 글이고 어떠한 수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링크 : http://www.420sdff.com/Movie/1083
미용학원 실습생이지만 아직 가위질이 서툰 은지가 거리에서 우연히 준호를 만난다. 무턱대고 마주친 준호에게 근처 미용학원의 실습생이라면서 자신의 헤어모델이 돼달라는 은지. 은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준호는 휠체어를 탄 실습생 은지의 헤어모델이 되고, 은지가 머리를 ‘폭탄’으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서로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탭 댄서인 준호에게는 음악이 무척 중요하지만 청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준호는 은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영화를 기다려왔던 것 같다. 장애인을 극영화의 중심인물로 다루면서도 비단 장애를 말하는 것만이 아닌 영화, 동시에 중심인물의 일상 속에서 아주 예리하게 장애 차별을 담고 있는 영화, 그래서 결국 장애를 말하면서도 사람 개개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를 말이다. 영화 ‘새장’은 그런 점에서 올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놓쳐서는 안 될 극영화다.
‘새장’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지만 동시에 미용학원 실습생인 은지, 청력을 점차 잃어가지만 동시에 탭 댄서로 활약하는 준호가 나온다. 여기서 ‘동시에’라는 말은 중요하다. 오로지 장애인이라는 정체성만으로 극이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숱한 창작자들에게 이 영화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작품으로서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새장’은 프로그램위원들 사이에서 만장일치로 상영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았다. 세부 심사에서도 호평이 많이 나왔다. 프로그램위원들은 “일상 속에서 장애 이슈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교조적이지 않다”, “영화제에 경쟁 부문이 있다면 대상을 노려볼만한 영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는 평을 나누었다.
유지영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