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썼던 영화 '느린 걸음'의 인권평을 대신 브런치에 옮깁니다. 2022년 5월에 쓴 글이고 어떠한 수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링크 : http://www.420sdff.com/Movie/1101
부부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자녀를 두고 있다. 이들은 자녀의 교육비 때문에 생활에 허덕이면서도 혹여나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까봐 장애인 등록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교육비가 대부분 지원된다는데 그거 그냥 하면 안 될까? 장애 등록하지 말고 내가 주말까지 일해서 생활비는 더 벌면 되잖아. 부부 사이에는 어느덧 커다란 견해차가 생긴다.
16분 30초 분량으로 길이가 짧은 영화 ‘느린 걸음’에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있는 어린 자녀를 둔 부부의 현실이 잘 드러난다. 젊은 부부는 모든 게 처음이어서인지 아이 앞에서도 자주 무너지는 모습을 드러낸다. 발달장애 자녀의 돌봄을 부부라는 개인이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영화는 아득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희망이나 화해를 말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이들 부부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애등록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차별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차별을 만드는 건 장애등록 그 자체가 아닌 사회다. 영화가 그 점을 짚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영화는 부부가 처한 현실을 사회가 아닌 개인의 영역으로 자주 끌고 들어간다. 부부는 자주 무너져서 울고 차별로 인해 장애등록이 단순히 ‘선택’이 아닌 갈등의 요소가 된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영화는 거기서 그친다.
그렇기에 더욱 영화 ‘느린 걸음’ 밖으로 시선을 확장해봄 직하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 관객들이 나눌 말이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
유지영 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